성남시가 첨단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거듭나며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성남시에 국내 최대·최고의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클러스터로 꼽히는 판교테크노밸리가 있기 때문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입주기업이 850개를 넘어서고 상시 근로자 수도 5만8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주기업 총 매출액 규모는 54조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 요인은 접근성에 기반한 입지적 요인 외에 철저한 수요자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거듭한 테헤란밸리에 있던 벤처기업들을 저렴한 토지 공급가와 조세 혜택으로 적극적인 이전을 유도한 점이다.

또 명확한 정체성으로 입주 업종을 IT에 기반한 융·복합 분야로 일부 제한함으로써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갖추고 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한 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인이다.

#매출액 54조 원의 판교테크노밸리
경기도가 최근 집계한 ‘2014년도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 수는 총 855개에 이른다.

   
 

용지 분양에 참여한 회원사 227개 사 가운데 162개 사가 입주를 마쳤고, 임대사무실을 얻어 입주한 임차기업은 708개 사에 달했다. 수치상으로는 총 870개 사에 이르지만 임대 사무실까지 확보하면서 중복된 기업이 있어 실제 입주기업은 855개 사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24개 사, 중견기업은 64개 사가 입주했다. 나머지 767개 사는 중소기업이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기준 상한선을 초과하면서 상호 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아닌 기업집단을 기준으로 선별했다.

이 가운데 신성장 동력 산업을 포함하는 업종으로 세계 일류상품 인증 및 신기술 인증, 특허, 프로그램 등 자체 기술력이 높은 강소기업은 총 94개 기업으로 조사됐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매출액 상한선을 넘지 않으면서 매출액 기준 50% 이상인 기업과 수출액 20억 원 이상인 기업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회원사 중복을 감안하지 않은 전체 입주기업 870곳 가운데 487곳이 IT기업이었다. 게임을 중심으로 한 문화기술(CT) 분야 기업이 150개 사(17.2%)로 그 뒤를 이었고, 바이오기술(BT) 분야와 나노기술(NT) 분야는 각각 80곳과 13곳으로 조사됐다.

회원사 역시 IT기업이 98곳으로 가장 많았다. 60.5%에 이르는 비중이다. 다음으로 BT기업이 23곳, CT기업이 17곳으로 각각 2, 3위에 올랐다. NT기업은 한 곳에 불과했다.

전체 입주기업 매출액 규모는 총 54조 원으로 조사됐다. 162개 회원사 매출이 23조5천500만 원에 달했고, 708개 임차업체 매출이 30조4천500억 원 규모였다. 이들 기업에 근무하는 상시 근로자는 회원사에 3만455명, 임차업체에 2만7천733명으로 집계됐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총 44개 용지 가운데 30개 용지가 완공됐고, 14개 용지가 건축 중이다. 미준공 용지 가운데 산학연R&D센터를 제외한 13개 용지가 연내 준공을 마칠 예정이다. 산학연R&D센터는 내년 하반기 준공한다.

#성공한 IT벤처는 판교로
국내 벤처 생태계의 핵심인 게임업체들이 모두 판교에 입주했다.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위메이드, 넥슨, 네오위즈, 엑스엘게임즈, 스마일게이트, 웹젠, 엔트리브소프트 등 국내 대표 게임사들은 신축한 판교 사옥에 둥지를 틀었다.

2013년 말 현재 성남지역 게임산업 매출이 국내 전체 게임시장 규모의 48%인 2조7천억 원에 달하고 게임기업 수 200여 개, 고용 인원은 1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성남시는 이에 따라 국내 게임산업을 선도해 갈 다양한 정책적 지원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시와 게임업체들은 공동 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운영과 게임산업 발전 기반 조성, 공동 이익과 협력 추구를 위한 ‘성남 게임콘텐츠 산업발전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1세대 벤처회사 안랩과 한글과컴퓨터도 판교로 옮긴 지 이미 2년이 훌쩍 넘었다.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도 판교 H스퀘어에 자리잡고 있다.

성남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판교테크노밸리가 완성되면 약 13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7만여 명의 고용유발효과 등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메카로 떠오르는 판교
판교테크노밸리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메카’로도 떠오르고 있다.

SK케미칼은 수원시를 떠나 판교에 친환경 기술을 결집시킨 ‘에코 랩(Eco Lab)’을 완공하고 새 둥지를 틀었다. SK케미칼이 입주한 판교테크노밸리에는 파스퇴르연구소, 한국바이오협회 등 바이오업체들이 대거 들어섰다.

휴온스는 이노비즈협회 회원사 50여 개와 공동 출자해 판교테크노밸리에 이노밸리 클러스터를 조성해 이 가운데 4천567㎡를 확보, 수원의 성균관대에 있던 연구소와 금천구 본사를 통합 이전한다.

이노밸리와 판교로를 사이에 두고 건립된 코리아바이오파크는 제약·바이오 단지로 급성장하고 있다. 대화제약과 화일약품·신신제약, 한국바이오협회를 비롯해 20여 개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입주해 수도권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이곳에 들어서는 바이오업체 가운데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슈퍼 세균 박멸을 위한 신개념 항생제의 임상 승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화제약은 ‘파스’로 불리는 국내 제약사의 패치형 의약품 중 70%를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삼양그룹도 판교신도시에 1천200억 원을 투자해 의약·바이오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실리콘밸리 분위기의 IT클러스터
IT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 판교에는 여의도의 금융가나 구로디지털단지 등과 비교해 또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젊은 조직으로 구성된 IT회사가 대부분인 이곳에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모여 있다 보니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압도한다. 편안한 캐주얼 복장, 직급에 얽매이지 않은 관계, 유연한 출퇴근 시간 등이 대표적이다.

   
 
판교에 입주한 회사들의 다양한 복지시설도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피트니스센터, 찜질방, 사내 부속병원, 어린이집, 도서관 등을, NHN엔터테인먼트는 식사와 간식이 무료로 제공되는 사내 식당과 수면실, 여행사 등을 두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 랜드마크가 될 알파돔시티
판교역세권 중심상업용지 ‘알파돔시티’ 사업 부지가 한류 문화관광 중심지로 조성된다. 이는 판교테크노밸리 IT 기술력과 한류 ENT 기업의 콘텐츠를 결합한 신한류 문화관광단지 ‘글로벌 빌리지’를 만들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알파돔시티는 최근 판교테크노밸리 글로벌R&D센터에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SM과 한류문화 도입을 위해 추진한 ‘문화기획 컨설팅 용역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판교역 중심상업지역에 백화점 등 쇼핑공간과 업무공간, 문화·상업·주거·호텔시설이 한곳에 어우러진 초대형 복합단지 안에 소녀시대, 엑소 등 ‘K팝’스타 산실인 SM엔터테인먼트 등과 손잡고 한복, 한식, 공예 등 한류 콘텐츠를 접목시켜 ‘한류 메카’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박관민 ㈜알파돔시티 사장은 “판교신도시 내 테크노밸리와 알파돔시티의 컬처밸리가 합쳐지면 ‘카나리 워프’(영국), ‘라데팡스’(프랑스)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신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돔시티는 총 사업비가 5조171억 원으로, 신분당선 판교역세권 중심상업용지 13만8천㎡에 주상복합아파트와 백화점, 호텔, 상업시설 등을 갖춘 건축총면적 119만9천㎡의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공공·민간 합동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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