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개념은 과거 오락적 요소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경제적 부유층의 소유물이란 인식이 강했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그저 주변을 맴도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러나 최근 문화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소위 ‘노는 문화’에서 ‘사회 참여 문화’가 된 것이다.

문화의 혁신은 바로 이 사회 참여란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노는 문화’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즐기면서 동시에 사회와 맞닿아 ‘가치’를 만들어 냄으로써 문화는 오늘날 ‘관계’를 형성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됐다.

작게는 내 주변 마을을 가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흑백 화면이었던 내 고장을 컬러 화면으로 만들고, 아픈 자화상을 객관화시켜 자아를 돌아보게 만들어 내면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든다.

#중독과 가족 간의 소통 부재, 연극으로 풀다
도박 중독인 큰아들과 알코올 중독인 둘째 아들, 성형 중독인 딸, 스마트폰 중독인 손녀. 황기동 씨의 집안은 그야말로 중독 집안이다.

황 씨의 아내 제삿날, 옥탑방에 모인 이들 가족은 외줄타기를 하듯 갈등의 긴장감이 최고점에 달한다. 과연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이들 관계는 어떻게 풀릴까.

이 스토리는 경기도립극단이 정신건강연극제 초청작으로 만든 ‘걱정된다, 이 가족’의 등장인물 내용이다. ‘중독’을 연극에 담아 가족 간의 소통 문제를 보여 준다.

도립극단은 이 작품을 경기도정신보건협회 후원으로 도내 각 지역을 돌며 선보이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20여 회가 넘는 공연이 예정돼 있다.

작품은 언뜻 보면 그냥 ‘콩가루 집안’ 이야기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부정하고 싶어도 사회에 만연해 있는 중독, 그리고 가족 간의 소통 부재, 이를 감추려 하지 않고 자화상으로 드러내

   
 
적극적으로 치유하려 하는 것이다.

도립극단 관계자는 “무대는 경기도정신보건협회가 선정하는 지역으로 찾아가는 데, 일반 관객뿐 아니라 중독과 관련된 환자도 있다”며 “연극 한 편으로 중독과 가족 간의 소통 부재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시도만으로도 의미있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소외계층 위한 다양한 활동 ‘눈길’
도립극단을 비롯해 모두 4개의 예술단(오케스트라·무용단·국악단)을 지닌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예술단은 물론 자체 사업으로 사회 참여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문화의전당은 예술단이 교도소나 산간벽지, 외딴섬 등을 찾아 문화의 향수를 전하는 아츠해비타트(Arts Habitat)를 진행하고 있으며, 재능은 있지만 무대에 설 기회가 없던 이들에게 꿈의 무대를 만들어 주는 ‘내 생애 첫 번째 공연’도 진행했다.

아츠해비타트의 경우 지난 10년간 2천274회의 공연을 진행해 총 114만7천493명의 도민이 관람했다. 올해는 공연뿐 아니라 더불어 지역봉사활동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예술단별 사회 참여 문화 활동도 눈에 띈다.

도립극단은 재능기부로 제작된 소리책을 시각장애인도서관에 기증하고,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가 하면 관람료 대신 기부물품을 받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사회공헌활동도 해 오고 있다.

도립무용단의 경우 분교나 경기북부 군부대를 찾아 공연하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국무용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시각장애인 음악회 같은 특정 집단을 위한 공연은 물론 ‘오케스트라 꿈 나누기’, ‘악기 기증’ 등 다양한 예술교육을 통해 청소년과 소통하고 있다.

도립국악단은 복지단체에서 ‘가능한 콘서트’를 진행하고, 안양소년원에 매주 찾아가 악기수업을 통한 재능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의전당 관계자는 “경기도립예술단은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계층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화를 공유하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민관 협력사업으로 ‘경기-삼성 Dream 어린이 합창단 사업’을 통해 도내 31개 지역 어린이 총 600명을 지원하고 있다.

#공동체 역할, 마을이 새롭게 바뀌다
구불거리는 골목길. 영어 간판을 내건 키 낮은 상점이 500m도 넘게 늘어서 있는 쇼핑가. 주한미군, 주민, 상인들이 혼재돼 있는 다문화의 마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는 이처럼 토속과 다양함, 그리고 이질감이 공존하는 독특한 마을이다.

경기문화재단은 최근 이곳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을이 꽃이다’ 행사를 진행했다. 마을 주민들이 골목 자투리 공간이나 텃밭 등 일상에서 가꾼 아름다운 꽃밭 정원을 선정해 시상했고, 주변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정원 디자인을 공모해 실제 조성 작업으로 완성했다.

문화가 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공동체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는 의미를 잘 드러냈다고 평가받는다.

▶주민 가드닝 콘테스트=경기문화재단은 이 마을에서 ‘주민 가드닝 콘테스트’를 가졌다. 빈터에 쌓여 가는 쓰레기를 막기 위한 채소텃밭, 비좁은 골목 자투리 공간에 일군 작은 꽃밭과 화분들. 이렇듯 일상에서 이뤄진 주민들의 소소한 즐거움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전문심사위원들에 의해 며칠에 걸쳐 비공개 심사로 예쁘고 건강한 텃밭을 발굴, 20곳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텃밭정원에는 전문가를 투입해 꽃의 양을 더하고 화단 채색과 새집 설치 등의 오브제 작업도 이

   
 
뤄진다.

심사 기준에는 겉으로 드러난 텃밭정원의 건강미만이 아닌 구성이나 위치, 주변 환경 기여도 등 이웃에 대한 배려심도 포함됐다.

▶친구들아, 꽃밭 만들자!=경기문화재단과 평택시는 안정리 인근 3개 초등학교(부용·송화·팽성) 학생 4~6학년을 대상으로 가로×세로 1m 공간의 꽃밭 디자인을 공모하는 ‘스쿨 가드닝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중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디자인 공모에 당선된 20팀(1~3명)의 학생들이 직접 꽃밭 만들기에 나서고, 선정된 20팀의 학생들은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구상한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직접 꽃을 심었다.

▶마을이 꽃이다!=‘마을이 꽃이다’ 프로젝트의 총괄기획을 담당한 전문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오가든스 대표)씨는 “단지 텃밭을 심사하고 꽃을 심어 주는 일방적 작업이 아닌, 몇 번이고 찾아가 주민과 함께 텃밭 얘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서로에 대한 이해, 주변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커뮤니티 작업”이라고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모든 작업 과정은 사진으로 담아 팽성예술창작공간(아트캠프)에 아카이브 전시할 계획”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마을이 꽃임을, 그 안의 사람들 또한 꽃임을 주민 스스로가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팽성예술창작공간은 기지촌에 자리했던 옛 안정보건지소 건물을 설치미술과 디자인을 더해 지역 예술거점 커뮤니티 공간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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