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신항 ‘16m 증심’ 숙원 9년 만에 풀렸다
대한민국 인천항이 더 크고 깊은 바다가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내놓은 ‘인천신항 증심준설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과 정책적 필요성이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인천신항 증심 사업은 비용편익비율(B/C)에서 1.16을 기록한 데 이어 계층화 분석(AHP)은 0.569로 집계됐다. B/C가 ‘1.0 이상’, AHP가 ‘0.5 이상’일 경우 사업 추진 타당성이 인정된다. 신항 증심사업이 경제성은 물론 지역 균형과 정책적 측면에서도 실효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결론에 따라 1천816억 원의 예산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다.

오는 2018년이면 인천신항 앞 뱃길이 16m에 달하는 수심을 확보하게 된다.

# 300만 인천시민 염원, 신항 개발사업
인천신항 개발사업은 송도국제도시 서남쪽에 총 부두 길이 1.6㎞에 달하는 컨테이너부두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건설이 끝나고 16m 수심을 확보하면 인천항에서 북중국을 거쳐 유럽이나 미주대륙으로 향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이곳을 오가게 된다.

그동안 인천항은 수도권이나 중국과 가까운 항만이라는 입지적 장점에도 얕은 수심과 좁은 배후부지 등 인프라 부족으로 대형선 입출항이 불가능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국한된 항로 서비스만 제공해 왔다. 이 때문에 수도권과 중부권의 수많은 수출기업들이 바로 앞에 국제무역항을 두고도 더 멀리 있는 항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육상 운송료와 시간 지체는 물론 도로 파손과 탄소 배출 등 불필요한 비용과 사회적 손실도

   
 
문제가 됐다.

하지만 한 번에 컨테이너 1만2천TEU(1TEU는 20피트 분량 컨테이너 1대분)를 싣는 대형선이 24시간 오가는 뱃길이 열리면 비정상적이었던 그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 인천신항 증심, 원양항로 뚫리면 ‘대박 행진’은 떼어 놓은 당상
인천신항 증심이 성사되면 인천항을 통해 수출할 수 있는 지역이 유럽과 미주대륙까지 확장된다. 이는 전세계 어디든지 직접 화물을 보낼 수 있는 원양항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전제로 이어진다.

이 같은 변화는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증심으로 확보한 준설토로 조성되는 신항 배후 물류부지는 수많은 물류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는 곧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인천신항 건설 및 항로 증심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로 이어진다.

# 인천신항 증심 선봉에 선 인천항만공사, 인천항 얼마나 도약시킬까
인천 항만인들은 현재 증심 준설 타당성 조사 결과를 한목소리로 환영하고 있다. 숙원사업이 해결된 것에 대한 기쁨도 크지만 그보다 향후 펼쳐질 항만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인천항 개발 및 관리운영 주체인 인천항만공사도 사업성 논란이 끝났다는 소식에 연일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인천시는 물론 인천 항만인들은 인천항만공사가 앞으로 해야 할 행보에 더 큰 눈길을 주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의 모든 주체들과 힘을 합쳐 신항 운영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제반 준비와 마케팅 활동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인 대한민국의 수도 경제권 바로 앞까지 대형 컨테이너선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그 어느 때보다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에서 생산과 소비가 가장 역동적으로 커지고 있는 중국 경제를 마주 보고 있다는 입지적 비교우위는 인천신항의 16m 수심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인천항의 지리적·경제적 경쟁력을 말 그대로 극대화할 조건이 갖춰졌다는 점에 가슴이 벅차다”며 “더 깊고 넓어진 뱃길을 따라 인천항이 더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천항의 대항해 시대를 여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증심 결정된 ‘인천신항’ 화물·선사 유치 나서라
인천신항 증심 결정으로 이제 인천신항에 남겨진 과제는 미주·유럽 항로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어떻게 펼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준설토를 퍼내 조성되는 배후부지를 개발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더 냉정하게 인천항 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되짚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 함부르크항만청 벤트 반 보이닝엔 마케팅매니저는 “인천항이 글로벌 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려면 화물 및 선사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신항 증심에 대해선 환경적 문제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독일 정부 역시 10년 가까이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지만 인천항이 정부의 증심을 이끌어 낸 만큼 축배를 들기보다는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국비가 투입되는 인천신항 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증심을 통한 신규 물량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심이 16m가 되면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오갈 수 있어 미주·유럽을 오가는 항로도 새롭게 조성될 수 있다.

결국 내항으로 불리는 기존 인천남항은 남항대로 재개발과 특수목적사업을 통해 개발시키고, 인천신항은 대형 선박과 크루즈선이 오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천항만업계와 기업, 경제단체, 시민단체 등이 활동하고 있는 인천항발전협의회 등 대다수 인천 항만인들은 최근 인천항 발전을 위한 마케팅 확충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프

   
 
랑스·독일·네덜란드·벨기에·미주까지 인천신항 증심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원양항로와 대형 선박 유치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크루즈 사업에 대한 정부와 인천시의 투자 확대도 강조한다. 크루즈 사업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불릴 만큼 그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크루즈 관광사업 선진항을 벤치마킹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웃항 손 잡고 시장 넓히고… ‘키워야 큰다’
독일 제1의 항만 함부르크, 유럽 1위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벨기에 엔트워프항 등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실로 엄청나다. 가깝게는 자국 내 이웃항과 물류 협력에 나서고 있으며, 멀게는 EU공동체로 묶인 나라와도 협력을 펼친다.

특히 유럽의 선진항들은 중국과 싱가포르, 한국 부산항과 인천항을 주요 교역항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는 1천만TEU를 처리했으며, 유럽 항들의 한국 교역 물량 역시 100만TEU를 육박하고 있다.

이들 유럽항 역시 대형 크루즈와 원양항로가 접안할 수 있도록 16m 이상 증심을 최대 무기로 꼽고 있다. 무인자동화 터미널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국 내는 물론 원양항로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다.

#인천항이 유럽 선진항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
독일 함부르크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항·로테르담항 등 유럽 선진항은 시간과 물류비용 단축 등 인천항이 처해 있는 상황과 비슷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만 감안할 경우 이들 항은 인천항과 쌍둥이라 불릴 만큼 모양과 역사성이 닮아 있다.

함부르크항과 암스테르담항은 모두 16m 이상 증심이 과제이고, 현재 이를 위해 용역이 한창이다.

로테르담항은 인천신항처럼 간척을 통해 생겨난 신생항이다. 로테르담을 가면 모두 미개척지인 준설토 투기장이고, 다만 인천과 다른 점은 주변에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대형 베드타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 항이 하나같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원양항로다. 인근 항로를 통해 항만경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대형 선박 접안으로 전세계적인 물류 흐름을 확장하는 게 시대적 과제라는 이유에서다.

#유럽 선진항처럼 평택·부산·광양과 하나로 똘똘 뭉쳐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유럽 1위 물량을 자랑하는 인접국 최대 항만이자 모든 물류 처리시설이 자동화 설비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접국인 벨기에와 독일과는 경쟁 항만으로 견제를 받는 모습이지만, 이들은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유럽지역 물량을 적절히 분담 처리하는 배후지 운송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서로 이익을 배가시키고, 자칫 유럽 외의 경쟁항에 뺏길 수 있는 물량을 서로 확보해 주는 등 상호 윈-윈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협력관계를 형성하기까지 유럽 국가들 역시 처음에는 경쟁 구도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EU라는 이름으로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 뒤 발상의 전환을 이뤘다. 경쟁 속에서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만 있다면 얼마든지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이 부분은 한국 내에서 인천항과 부산항·평택항 등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인천신항이 각 항만의 특장점을 살리면서도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 관리를 위해선 정부 등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 유럽 항도 부러워하는 인천신항 16m 증심
독일 함부르크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항은 인천항처럼 수심 확보가 최대 난제로 꼽히고 있다. 두 항만은 현재 각각의 정부를 상대로 14~15m, 나아가 최대 19m까지 증심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한 설계용역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증심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천항이 16m 이상 증심해야 하는 이유와 같다. 항만 특성상 항로 운항 중 해수와 담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심도 구간별로 다르고, 대다수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증심이 아니고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박의 대형화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게 전세계 모든 항만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 인천신항 개항, 인천시민과 함께 발 맞춰야 성공한다.
유럽 선진항과 인천항의 역사만을 비교해 봐도 인천신항은 신출내기 항만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들 유럽 선진항 관계자들은 선적과 물동량을 기준으로 하는 항만의 평가가 아닌, 오랜 기간 항만을 끼고 함께 역사를 숨쉬고 있는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이들 항만 역시 초기에는 인천항이 갖고 있는 문제처럼 인접 주민들과의 마찰이 잦았다.
인천항만 해도 내항은 재개발과 소음, 날림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현재 인천신항 역시 크루즈항 선적을 통한 교통난 호소,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이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유럽 선진항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면 승부를 내걸고 있다. 주민과 직접 만나 어려움을 듣고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고 있다.

특히 이들 항만은 아파트 이중창 설치 및 방음장치 설치, 항만 인근 거주자 주택 내부 구조 변경 등을 위한 보상금 지급을 단행해 자칫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민원을 해소했다.

무엇보다 항만과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주민들에게까지 터미널에서 나오는 소음과 대기오염물질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을 약속하고 있다.

이는 인천신항이 증심과 함께 맞닥뜨려야 할 내항 재개발 및 동인천·연안부두 원도심 상권 붕괴 등의 피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든 책임 회피보다는 피해 방지를 위해 주민과 적극적으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설득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배종진 기자 jongjb@kihoilbo.co.kr
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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