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통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청라국제도시에는 신세계가 교외형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하고, 롯데쇼핑 역시 송도국제도시에 복합쇼핑단지인 ‘롯데몰 송도’를 조성하고 있다.

북부권과 남부권에서 국내 유통업계 1·2위가 사이좋게 상권을 나눈 것이다. 문제는 원도심이다. 원도심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지역 유통업계에서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 15년 동안 쌓은 신세계 상권에 깃발 꽂은 롯데
신세계가 지난 1997년 인천점을 개장하면서 지역 유통 맹주로 독주해 왔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유통업계 1위 롯데가 신세계에서 선점한 인천터미널을 인수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신세계가 쌓아 올린 상권에 롯데가 2017년 이후 무혈입성하게 되면서 표면상으로는 일단 롯데의 승리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월 30일 인천시외버스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인천시로부터 9천억 원에 매입했다.

롯데는 인천터미널 인수 이후 총 2조 원을 투자해 롯데 인천터미널 복합단지를 일본의 롯폰기 힐스와 같은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수 도심 재개발 사례로 손꼽히는 롯폰기 힐스는 쇼핑·업무·주거·문화공간으로 이뤄져 있어 연간 3천만 명이 찾는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다.

또한 이번에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까지 확보하면서 13만6천㎡ 규모 부지에 인천랜드마크를 조성할 여건을 마련했다고 회사 측은 평가했다. 이는 일본 롯폰기 힐스(11만㎡)를 웃도는 규모다.

롯데는 2014년 하반기 착공을 시작해 2020년까지 쇼핑·문화·주거시설을 단계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인천터미널 부지에 2017년까지 터미널과 지하 4층·지상 28층 규모의 복합쇼핑몰을 신축한다.

영업면적 4만3천㎡에 달하는 쇼핑몰에는 영패션관·대형 마트·시네마·가전전문관 등이 들어선다. 2017년 말에는 백화점까지 리뉴얼 오픈하며 원스톱 쇼핑공간이 완성된다.

이어 2019년까지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에 신개념 스트리트몰을 선보이고, 2020년에는 2천 가구의 아파트 10개 동이 들어선다.

스트리트몰은 보행자 이동로를 따라 가로형으로 배치된 상업시설로, 주로 유럽·호주 등에서 선보이는 쇼핑몰 형태다. 롯데는 스트리트몰에 쇼핑시설을 비롯해 은행·병원 등 각종 공동시설을 유치해 지역주민의 편익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롯데 측은 단지 조성이 완성되면 인천 원도심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시의 균형잡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2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 끝나지 않은 원도심 신세계와 롯데의 유통대전
그러나 업계 2위인 신세계도 가만히 있지는 않다. 인천터미널 인근에 인천점 규모에 맞먹는 복합쇼핑몰 건립 부지를 마련했다.

이 부지에 대해 신세계는 그룹의 독립 법인인 이마트에서 사들인 부지로 백화점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지역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천터미널 대체 부지로 보는 게 정설이다.

신세계의 이런 선 긋기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롯데쇼핑에 내린 기업결합제한규정 위반행위 심판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공정위는 롯데의 인천터미널 매각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통업체 가격정책에 일정 수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인천·부천지역의 롯데백화점 중 인천점을 포함해 2개 점포를 매각토록 주문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판결로 이들 롯데백화점 중 매출 규모(2012년 기준)에 따라 인천점(2천315억 원)과 부평점(1천276억 원)은 2017년 이후 해당 지역에 경쟁 유통업계가 들어서지 않을 경우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신세계는 2017년까지 공식적으로 인천터미널 인근에서 매장 개점은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가 이겼다고 단정짓지는 않고 있다.

자칫 양대 유통공룡 싸움에 애꿎은 지역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면서 향후 모든 비난이 롯데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2017년부터 옛 건물(4만7천236㎡)에서 영업을 하고 신세계는 2031년까지 최근 완공된 신건물(1만9천486㎡)에서 영업을 하면서 두 유통공룡이 통로를 사이에 두고 동침을 시작하게 돼 지역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것.

지역 소비자들이 겪게 될 혼란을 신세계가 아닌 롯데로 모두 몰릴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신세계는 1차 소송에서는 졌지만 급할 건 없다. 이미 그룹의 계열사인 이마트가 최근 인천터미널 인근에 이와 버금가는 복합쇼핑몰을 준비해 그룹 차원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롯데가 이번 판결을 통해 해당 부지를 일본의 롯폰기 힐스와 같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은 좀처럼 쉽지 않다.

롯데의 개발계획 핵심인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10년간 끌어온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계획이 국토교통부가 또다시 발목 잡으면서 연기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국토부는 지난달 시가 제출한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계획을 재검토하도록 요청했다.

#송도는 롯데, 청라는 신세계
인천터미널 부지와는 달리 신세계와 롯데는 청라와 송도를 각각 나눠 가지며 경쟁 구도는 피했다.

신세계는 청라국제도시에 해외 자본을 포함해 총 3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부지 16만5천290㎡에 쇼핑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문화, 레저 등의 시설을 갖춘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준공키로 했다.

기존의 쇼핑 위주에서 벗어나 엔터테인먼트, 문화 및 레저 기능의 복합화로 1천만 명의 국내외 방문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게 된다.

복합쇼핑몰이 조성될 경우 약 4천 명의 고용 창출 및 연간 1천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예상되는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물론 청라국제도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역시 송도국제도시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인 ‘송도 롯데쇼핑타운’을 건립한다. 롯데는 1단계 사업으로 지하 3층·지상 3층(총면적 1만6천223㎡) 규모의 롯데마트를 지난해 개장했다.

이에 따라 2단계 사업인 A1블록의 쇼핑몰, 백화점, 시네마, 호텔은 착공식 이후부터 터파기 공사에 우선 착수, 2016년 말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몰 송도의 총면적은 약 41만4천㎡로 계획돼 있으며, 2011년 말 오픈한 롯데몰 김포공항점(31만4천㎡)과 비교해 약 1.3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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