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이 널뛰듯 하는데 차라리 월세 살지.” “아냐, 그래도 전세금은 나중에 내 집 마련에 종잣돈이잖아.”

결혼을 앞둔 어느 예비부부의 대화인데 그냥 흘려 듣기에는 여간 마음이 불편하다.

생각하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자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다른 집을 추가로 구입하는 대신 월세를 놓고 임대수입을 챙기겠다는 집주인들이 꾸준히 등장했던 것 같다.

세입자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약세를 보이는 아파트를 장만하는 대신 전세 계약을 선호했고, 그 결과 전셋값이 계속 뛰자 집주인들이 오히려 전세보증금 증액분을 월세로 돌리는 현상까지 크게 늘어났다.

더욱이 최근 3~4년간 도시형생활주택 등 1~2인가구를 위한 월세 형태의 소형 주택이 많아진 것도 월세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은 월세 위주의 소형 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 월세까지 늘어나는 추세이고, 월세 중심의 오피스텔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 높다.

이처럼 월세 거래가 늘면서 월세가 전체 임대차 거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단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22일 올 상반기 전체 주택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42.3%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 나타난 현상으로 상반기 기준 월세 비중은 2011년 32.5%에서 2012년과 지난해 각각 34%와 38.9%로 늘어 난 증가세가 그대로 물타기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전세는 향후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이란 나름의 뚜렷한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전세 물량의 안정적 공급으로 월세 거주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 속에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을 높여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게 한다면 전세의 월세화 경향은 한풀 꺾일 수 있다고 한다.

서민이 집 걱정 없이 사는 나라가 좋은 나라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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