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학기부터 경기도내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오전 9시로 조정하는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충분히 잠을 자고 아침밥을 가족과 함께 먹고 나와 오전 9시부터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이 교육감의 주장이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충분한 수면을 보장하고, 빠른 등교로 끼니를 거르는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학교 등·하교 시간은 학교장의 고유 권한이며, 교육청 차원의 일방적·획일적 정책 추진은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할 우려가 크다.

등·하교시간 변경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생활 패턴에 변화를 가져오므로 신중해야 한다. 벌써부터 맞벌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출퇴근 문제가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력 저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반대와 우려 의견도 비등한 상태에서 교육청이 일부의 의견만 듣고 전체 학교 등교 시간을 일괄 조정하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무엇보다 학교자율화 정책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학교급별·지역별 상황이나 학생, 학부모의 요구에 탄력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수업시간에 임박해 등교하는 것보다 조금 일찍 등교해 수업 준비와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를 형성하거나 체육활동을 하는 것이 갖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9조에도 ‘수업이 시작되는 시각과 끝나는 시각은 학교의 장이 정한다’고 돼 있다. 교육청에서는 강요가 아닌 권고라고 설명하지만 인사권자인 교육감이 반복 강조하는 정책은 일선 학교 입장에서 강요나 다름없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전 7시 30분에서 8시로 맞춰진 등교시간 때문에 학생들의 수면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이들을 여러 학원에 보내는 등 밤늦게까지 과외를 시킬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아이들 수면 부족의 주범이다.

 학생들이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보다 더 시급하다는 걸 이 교육감은 깨달아야 한다.

단지 일부 학생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많은 혼란과 불편, 그리고 부작용을 초래하는 인기영합적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교육정책이 아니다.

학부모들과 교육 관계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재정 교육감은 인식해야 한다. 이 교육감은 학생과 학부모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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