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언제는 살기 좋은 때가 있었느냐고 하지만 요즘은 더 힘든 것 같다. 돈 때문이다.

돈 얘기만 나오면 숨이 턱턱 막힌다. ‘먹고 죽을 양잿물 살 돈도 없다’는 어른들의 돈타령에 공감이 간다.

 경기가 몇 년째 꽁꽁 얼어붙어 잘 돌아가던 공장도 죽을 맛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서민들이 아무런 기술 없이 질통을 지고 벽돌이라도 나를 수 있는 건설 현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돈이 돌 턱이 없다.

오랜 경기 침체는 건설업이나 제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연동돼 너나 없이 모두가 죽을 맛이다.

그런데도 물가는 자꾸 오른다. 서민들이 아우성칠 수밖에 없다. 물가를 조절해야 할 중앙정부나 시정부는 속수무책인 듯하다.

퇴근 후에는 문화예술회관 앞 먹자골목을 자주 찾는다. 싼 안주에 동료들과 부담 없이 술 한 잔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술값보다 택시 타기가 더 겁난다.

주차 부담에 운전을 남에게 맡기기 싫어 집에 차를 놓고 택시를 이용하는데 전에는 3천 원 안팎이던 요금이 이제는 5천~6천 원 가량 나온다. 요금 차이가 거의 두 배다.

택시요금이 인상될 때 ‘뭐 얼마나 부담 가겠어’라고 했던 독백이 생각나 뒤통수가 화끈거린다.

택시비만 가지고 시비할 게 아니라 1만 원을 가지고 할 게 없다. 장바구니를 책임진 주부만이 아니라 직장인들도 뭐 할 게 없어 요즘은 1만 원이 예전의 1천 원 수준으로 착각할 정도다.

조만간에는 정부가 나서서 지방세인 주민세도 올린다고 한다. 그것도 두 배나.

정부는 다음 달 주민세 인상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란다.

현재 1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한 주민세를 1만 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전국 평균 4천620원인 주민세가 두 배 이상 오른다.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칭얼거리는 돈타령이 더한 것 같다. 앞으로는 찝찝하고 짜증나는 열대야 같은 한숨 섞인 돈타령이 아니라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선선한 봄바람 같은 돈타령을 불러봤으면 원이 없겠다. <한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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