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건태 사회부장

“당신이 세월호 증·개축을 지시한 것 맞습니까. 그리고 세월호 선사(청해진해운)로부터 자금을 빼돌려 회사를 부실에 빠뜨린 건 아닌가요.”

만약 숨진 유병언(73)씨가 전남 순천의 매실 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지 않고 검찰에 자수하거나 체포됐다면 어땠을까. 

아마 검찰은 그에게 이같이 추궁했을 것이다. 이미 그에게 주어진 배임과 횡령, 탈세, 외환관리법 위반 등 여러 혐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세월호의 불법 증·개축을 지시하고 회사를 부실하게 만든 책임을 반드시 물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가 있고 곧바로 유 씨를 유력한 범죄용의자로 지목,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펼쳤다. 검찰 입장에선 어떻게든 그를 잡아 과실치사죄로 실형을 살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검찰이 확인한 건 그가 이미 죽었다는 것. 그가 왜 죽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는 이제 밝혀 낼 수도 없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수많은 원혼을 어떻게 달래겠느냐며 언론도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와 함께 도피 행각을 벌인 장남 대균(44)씨는 정작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도 아버지 유 씨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처벌보다 과거 아버지가 고초를 당했던 사건(오대양 사건)이 떠올라 도피했다며 애써 태연했다.

그는 또 검찰 조사에서 상표권료 명목 등으로 청해진해운에서 정당하게 받은 돈이라며 검찰이 자신에게 주어진 배임과 횡령 등 혐의를 부인했다.

이렇게 쉽게 경찰에 잡혀 주어진 혐의까지 당당히 거부하는데, 과연 대통령까지 나서 수차례나 공개적으로 검거를 채근했는지 모를 일이다. 억대 신고포상금에 연인원 130만 명에 달하는 수사인력까지 동원했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다.

일부 언론은 한 술 더 떠 대균 씨와 함께 붙잡힌 구원파 신도 박수경(34·여)씨를 미모의 ‘호위무사’라 칭하며 둘을 남녀관계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보면 마치 한 편의 ‘촌극’ 같다는 생각이다. 이미 숱한 의혹과 괴담들이 인터넷에 판을 치고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형 사고가 터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할 장본인이 이단 종교의 지도자인데다 원인 불상에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무리 유 씨의 사망을 확인해도 국민들은 쉽게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과수 원장까지 직접 나서 미주알고주알 과학적 근거를 들며 유 씨의 시신이 맞다 해도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계속 확산되는 모양새다.

사정이 이런데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고 누구한테 책임을 물을 것이며, 특별법은 또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추모제가 열리고,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본질과 동떨어져 엉뚱한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유 씨 일가에 쏟은 공력을 문제의 본질을 밝히는 데 쏟아야 한다.

그 커다란 배가 왜 그렇게 쉽게 가라앉았으며, 침몰하는 배 안에 있던 승객을 왜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는지. 당시 컨트롤타워인 정부는 과연 뭘 하고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래서 구조적인 문제나 시스템 오류가 있다면 고치고 책임 지울 이가 있다면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팽목항에서 발 동동이던 유가족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우리는 그날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304명에 달하는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달랬다.

더 이상 개그만도 못한 수사기관의 발표를 거실 소파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보는 TV 프로그램의 ‘촌극’ 정도로 여겨선 안 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