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역사·문화·예술인들이 인천시 중구가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각국 거리 조성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위해 최근 ‘(가칭)중구 짝퉁거리 대응 시민모임’을 결성했다.

29일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 16일 중구청이 착공한 ‘각국 거리 조성사업’이 지역의 역사성·진실을 왜곡한 채 도시상품화 논리 속에 강행되고 있다.

중구청이 추진 중인 각국 거리 조성사업은 신포동 신포시장 인근 우현로 39번길 일대를 유럽풍으로 꾸민다는 계획으로, 구는 이 외에도 우현로 35번길에 러시아 특화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사업들을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 침체된 신포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짝퉁거리 대응 시민모임은 사업 착공 시점을 기해 “우현로 39번길은 개항 당시 ‘각국 공동조계’ 지역이 아닌 조선인 마을이었고, 우현로 35번길 역시 러시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길”이라며 역사 왜곡과 훼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이들은 현재 중구청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각국거리 조성사업은 중구의 자랑거리가 아닌, 세계인의 비웃음거리’, ‘지역적 특성과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 밀도 있는 중구 개발을 요구합니다’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지역민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 이성진 인천골목문화지킴이 대표, 장한섬 플레이 캠퍼스 대표 등 지역 역사·문화·예술인 15명으로 꾸려진 시민모임은 이주 중 정식 모임 발족을 위한 준비를 거친 뒤 성명서 발표,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민 대표는 “모조품이 난무한 일본인 거리부터 난데없이 들어선 복고양이상까지, 역사성이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단기적으로는 각국거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활동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 자치단체의 도시상품화에 대한 문제 지적과 시정을 요구하는 부분까지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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