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던 조전혁 전 의원과 언론사가 결국 수억 원을 배상하게 됐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 24일 전교조와 조합원 3천400여 명이 조 전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조합원들에게 1인당 10만 원씩 모두 3억4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조 전 의원에게서 전교조 명단 파일을 받아 홈페이지에 게시한 ㈜동아닷컴에도 조합원 1인당 8만 원씩 총 2억7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속 학교와 담당 과목까지 모두 나오도록 명단을 공개한 것은 조합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전교조의 존속·유지·발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 전 의원은 “전교조 명단 공개 행위가 국민과 학부모·학생의 ‘알 권리’라는 확신 하에 한 행위라고 믿었지만 이를 불법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지난 6월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이번 판결에 따른 상심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런데 조 전 의원이 명단 공개를 실행하기에 앞서 ‘법적 위험성’에 대해 법률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후 좀 더 신중한 태도를 가졌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교수의 직업을 가졌었고 명단 공개 당시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었던 지식인이자 사회지도층으로서 너무 경솔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생각에 따라 전교조를 싫어하고 미워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명단을 구성원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권리침해’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는 점에 유념했어야 했다.

지난 2010년 4월 15일 서울남부지법은 전교조와 조합원 16명의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조합원 명단을 인터넷이나 언론에 공개하면 안 된다”고 결정했었다.

그럼에도 조 전 의원이 법원 결정을 무시한 채 명단 공개를 강행하자 전교조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신청했고, 법원은 명단 공개를 계속하면 전교조 측에 하루 2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군가가 조 전 의원의 ‘거침없는 행보’를 ‘말렸어야’ 했다고 본다. 사실 법을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조 전 의원의 명단 공개 행위가 ‘합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당시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조 전 의원의 경솔한 행위를 비판하기에 앞서 조 전 의원이 ‘자신을 말려줄 누군가를’ 주변에 갖고 있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크다. 그에게 위로를 보내는 또 다른 이유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조 전 의원 한 사람의 실패 사례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는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말’ 또는 ‘사소한 행위’가 누군가에게 권리의 침해가 되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의 관을 택배에 빗대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일베) 회원 양모(20)씨에 대해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는 뉴스가 지난 6월 19일 보도됐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치인·공직자·종교계 지도자 등 사회지도층의 일부 몰지각한 언행들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돼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근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항공구조대원들의 영결식장에서 참석자들과 웃는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어떤 언행을 하기에 앞서서 누군가의 명예·인격·사생활 등의 권리침해를 할 소지는 없는지, 마음에 상처를 입힐 염려는 없는지, 그리고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여지는 없는지 미리 생각해 보기로 하자.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그 언행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 더욱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부터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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