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소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는 것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소통의 첫걸음은 올바른 대화입니다.

이것은 가족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가정에서 소통의 부재로 갈등을 겪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대화의 실패로 소통의 부재 상황까지 치닫게 되는 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대화만 잘 돼도 가족 간의 갈등은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회에 말씀드린 것처럼 대화의 구도에는 크게 대화 참여자를 따돌리는 구도와 끼워 주는 구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당연히 끼워 주는 구도, 즉 ‘포함의 원리’가 바람직한 대화와 소통의 초석입니다. 결혼으로 확장된 가족의 경우에는 더 신경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혈연의 가족끼리 대화를 하고 있는 도중에 결혼으로 확장된 가족(사위·며느리 등등)이 끼게 됐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런 경우에는 화제를 조절해야 합니다. 지금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려면 그동안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정리해 주고 나서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화제가 바뀌어도 관계가 없다면 공통의 화제를 찾아 대화하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여기서 화제를 잘 선택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만약 가족 중 한 사람이 “우리 어렸을 때 아버지랑 시골 갔던 거 생각나?” 이런 식의 말을 꺼내면 한동안 그 화제가 계속되고, 어렸을 때 거기 같이 있지 않았던 사람들은 할 말이 없겠지요. 같이 갔던 사람들은 옛이야기 떠올리면서 신이 나서 말을 하게 되고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와서 한쪽에서는 정말 즐거웠다고 느끼는데 다른 쪽에서는 별로 즐겁지 않았다고 느끼는 데 있습니다. 이럴 경우 대화에 함정이 있습니다. 남편의 본가에 다녀온 후 나눈 대화의 예입니다.

남편:오늘 얘기 참 재미있었지?
아내:뭐가요? 난 별로 재미없었는데…….
남편:당신은 우리집에 대해서 왜 그렇게 시큰둥하게 말해?
아내:내가 뭘 시큰둥하게 말해요? 그냥 그 얘기 별로 재미없었다고요.
남편:뭐든지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니까 재미가 없지? 언제 재미있다고 한 적 있어?

대화가 이렇게 진행되면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흘러서 아내는 시댁을 꺼리는 사람으로 정형화되고 앞으로 점점 더 가족 모임에 가는 것이 즐거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설혹 ‘아버지하고 같이 시골 갔던 이야기’를 하더라도 같이 가지 않은 가족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물어보면서 함께 이야기하도록 끌어들였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여성의 경우 시댁 식구들 말하는 데 끼어드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오랫동안 생각돼 왔습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그런 가부장적인 요소들이 아직까지도 가족 관계에서 많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족 간의 대화가 어려운 것은 힘의 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으로 상하관계가 유지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 집안에서만 변화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따른 부담은 결국 집안사람들이 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가부장적인 권위주의를 과감히 버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대화와 소통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결혼으로 확장된 가족들과의 대화가 어떠한지 돌이켜보고 고칠 점은 없는 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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