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메워지면서 새로운 땅이 만들어졌다. 허허벌판에 도로가 생기고 아파트가 지어졌다.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높다란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10년이 지나자 인구 7만 명이 거주하는 송도국제도시가 됐다. 사람들이 늘어나니 민원도 증가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기초단체의 오락가락 행정에 애꿎은 주민들만 불편이 생겼다.

증고조 할아버지 때부터 영종도에 터를 내리고 살아온 용유·무의 주민들은 2003년 동네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구청이나 동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이제부터 ‘경제청’이라는 곳에서 생활사무를 맡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인천경제청이 동네 행정을 맡다 보니 민선으로 선출되는 구청장 때보다 소소한 것까지 챙겨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 초기만 해도 인천경제청과 해당 기초단체 간 ‘엇박자 행정’이 발생할 것이라든지, 10년이 흐른 뒤 지역 사무를 이관하면서 예산·인력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치열한 논의를 이어갈 줄은 양쪽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

왜 이런 갈등이 시작됐을까?

“인천경제청의 존재 이유는 외자 유치다. 국제적인 룰이 적용되지 않나?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 업무를 하는 게 맞고, 연수구는 구민들을 위한 도시관리를 해야 한다. 구민들의 편안한 생활을 영위케 하는 것이 민선 구청장의 존재 이유 아닌가.” -이재호 연수구청

텅 빈 도시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점들이 인구가 늘어나면서 점점 불거지고 있다. 애초 ‘개발’에 주목적을 뒀던 인천경제청이 민원처리에 한계가 생기고, 이를 방관할 수 없는 기초단체가 나서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 도시에 두 개 기관의 서로 다른 잣대가 적용되면서 여파가 주민들에게 이어진다.

“경제청은 ‘경제자유구역’이라고 하는 특별한 지역으로 특별법을 집행하는 곳입니다.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존재하고 그 이후엔 없어지는 곳이죠. 이곳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는 경제청의 의사가 존중돼야 합니다.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러면 왜 만들었습니까?” -김진용 인천경제청 기획조정본부장

서로의 다른 ‘잣대’로 인한 갈등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의 ‘5대 사무 이관’에서도 예상되고 있다. 기초단체는 사무를 이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예산과 인력을 함께 넘겨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경제청은 이미 경제자유구역에서 기초단체가 거둬들이는 세수가 많으니 이 정도는 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석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양 기관의 소통 부재에서 나오는 갈등”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행정행위를 이행하기 전에 이해당사자인 해당 주민과 인천경제청, 관련 기초단체 간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이런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행정기관 간 갈등이 발생하고 주민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인천경제청이 ‘숲’을 보는 정책을 펴지 못하고 ‘나무’만 지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인천경제청이 도시의 데크나 푸드트럭 같은 소소한 사안에 신경쓰기보다는 수도권정비법 등 국가를 상대로 하는 규제 개혁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본연의 업무가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