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온 마음을 빼앗겼던 도스토예스프키는 ‘인간심리를 잘 그리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어요. 신작 「미행의 그늘」은 내재돼있던 바람과 우연히 접한 ‘스토킹의 심리학’이란 연구서에서 힌트를 얻어 완성된 소설입니다.”

기자가 만나본 소설가 이상실(51)씨는 5년 만에 펴낸, 범상치 않은 주제의 새 장편소설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소설 「미행의 그늘」은 현실과 사이버 세계에서 계속되는 스토커들의 집요한 스토킹에 시달리는 한 여인이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방황하는 이야기가 담긴 문제적 작품이다.

전작 소설집 「월운리 사람들(2010)」이 개발로 인해 붕괴된 섬마을 공동체, 자식이 있음에도 홀로 남겨진 노인 등 사회적 문제를 다뤄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가의 후속작으로 그의 설명대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순간순간 집요하고 잔악한 행동을 일삼는 주인공들의 심리가 세밀하게 묘사됐다.

이 작가는 “도시문명의 폐해 중 정보화 사회의 빛과 그늘, 그 중에서도 그늘을 다뤄보자는 의도로 쓰여진 소설”이라며 “현실세계를 비롯해 사이버 세계까지, 정보화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설은 3자를 화자로 내세워 스토킹을 당하는 주인공의 심리, 스토킹을 하는 남성들의 심리를 양쪽으로 다루는 동시에 추리소설적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막상 책을 펴내고 보니 강하고 역동적인 부분이 부족해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는 작가의 소회가 있었지만 글로 구현된 스토킹 피해자나 가해자의 내면은 한 여름의 더위를 가시게 할 만큼 공포스럽고 또한 서늘하다.

작가는 “독자 각자의 판단이 있겠지만 단순한 소설의 재미를 느끼는 것 보다는 정보화 사회의 피해와 그늘에 대해서도 돌이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가 된다면 처음부터 칼로 무 자르듯 강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뚜렷한 계획이 있다기보다 살아있는 캐릭터, 공감을 살 수 있는 캐릭터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기독교와 관련된 소설을 쓰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계간 ‘문학과 의식’에 장편소설 「사람도 사는 마을」로 신인상을 수상, 등단한 그는 10년 가까이 지속해온 ‘회사원’을 그만두고 작가로 전업했다.

그 즈음부터 중·고학생들의 논술과 문예창작을 지도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부터는 작가회의 사무국장을 맡아 지역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또 그가 펴낸 두 권의 작품 모두는 인천문화재단 창작기금을 지원받아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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