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여름휴가. 휴가 가기 전에는 ‘올해는 어디를 갈까?’ 휴가 일주일 전부터 인터넷을 보며 시원하고 편안하게 쉬다 올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직장생활 이후 처음으로 다른 동료들보다 먼저 여름휴가를 잡았다. 5살 난 아들의 어린이집 여름방학이 있다고 해서 아들 방학과 여름휴가를 처음 같이 잡기 위해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 부서에서 가장 먼저 여름휴가를 잡았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부족해 휴가지역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물어물어 요즘 대세라는 캠핑을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캠핑장비가 없는 관계로 지인이 알려 준 포천에 있는 글램핑이라고 캠핑장비가 없는 사람을 위해 모든 캠핑장비가 완비된 곳이 있어 그곳으로 세 가족이 휴가를 떠났다.
캠핑장 인근에는 계곡도 있어 아들과 시원하게 계곡에서 물고기도 잡고 수영도 하면서 한낮을 보낸 후 저녁에는 참숯에다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짧은 1박 2일의 여름휴가를 보냈다.
시간이 점점 흘러 휴가 기간이 끝난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르게 몸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지난 휴가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재미있게 보냈는지 등 즐거웠던 시간보다 아쉬웠던 시간이 더 많이 생각났다.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워 밤에는 잠도 자기가 싫었다. 이것이 바로 휴가 후유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지나가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는 법. ‘올해 휴가가 끝나면 내년 휴가를 기다리면 되지’라며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니 한결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결국 이번 여름휴가의 가장 큰 후유증을 앓은 사람은 아들이었다. 아빠와 같이 하는 시간이 적었던 아들이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이 물놀이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캠핑도 하면서 놀았던 것이 좋았던지 아빠가 출근해야 한다니 울면서 출근길을 가로막았다.
어쩔 수 없이 “아빠 금방 출근했다가 집에 빨리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아들의 울음을 뒤로한 채 출근했다. 출근길에 그동안 내가 아들과 너무 자주 놀아주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아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아빠와의 생활을 많이 기억할 것이다.
아들의 기억 속에 좋은 아빠로 남기 위해서는 아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또 한 번 알게 됐다. 일주일간의 여름휴가. 후유증도 있었지만 얻은 것도 많았던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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