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모 일병이 근무했던 28사단 의무반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폭력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혹행위의 내용은 가히 과거 일본 군대에서도 없었을 정도의 비인간적이고 비인권적인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군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28사단 의무반에서는 윤 일병이 전입하기 전 지난해 12월부터 이모 일병을 수시로 괴롭혔는데, 심지어 치약 1통을 억지로 먹이거나 누운 상태로 1.5L 병에 담긴 물을 붓는 등 거의 잔혹한 고문 수준의 행위였다고 한다.

이런 행위가 죽은 윤 일병에게 그대로 이어져 왔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추가로 알려지기에는 가래침을 핥아 먹게도 했고,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 찌꺼기를 핥아 먹게도 했다니, 그 뿐 아니라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바르게 했다니 과연 이러고도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더욱이 수액주사를 놓아 주며 상습적으로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은 윤 일병을 책임진 각급 지휘관에게 그동안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실망의 수준을 넘어서 절망감까지 느낀다.

군인권센터가 확보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윤 일병은 전입한 3월 초부터 사고가 발생한 4월 6일까지 말과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모진 가혹행위를 당해 숨진 것이다.

이러한 명백한 사건 내용에도 불구하고 군검찰은 주범 이모(25)병장 등에 상해치사죄 정도의 경미한 기소죄목을 적용해서 이 또한 공분을 사고 있다.

그리고 지휘책임의 결과도 연대장 이하 관련 지휘관의 보직해임 수준으로 처벌되고, 장군급 지휘관은 예외로 처리되는 듯하다.

국방장관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각 군에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는데 이런 지시가 과거 이래로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군에 자식을 보낸 국민의 심정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군은 2005년과 2011년 수류탄, 총기사고를 계기로 대대적인 병영문화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그럼에도 병영 악습이 근절되지 않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 군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권위주의 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권위주의가 노골화돼 있는 집단은 군대가 유일하다.

가장 폐쇄적인 사회성을 가진 사회적으로 격리된 집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부의 문화 침투도 거의 불가하다.

군대만의 전통적인 게급권위주의가 변화되지 않는 데 근거한 인재(人災)로 예견된 사고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는데 군의 악습 문제에는 장군집단의 근본적인 문제의식 결여에 있다고 본다. 직업군인이 장군이 되면 절대 계급의 권위를 누리고자 하는 군문화에 기존에 간직했던 병기본주의가 흡수된다.

모든 것이 말로 통하는 계급사회의 권위에 물들면 규정과 방침이 무가치해지고, 심지어 물고기와 물의 관계에서 물의 소중함을 망각하는 권위주의에 빠져들기도 한다.

자고로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編)에 이르기를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 했다. 전쟁에서 상급 장수와 하급 병사가 뜻을 같이하면 이긴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군대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질적인 폭행사고는 장병들이 전우애로 뭉쳐 있다고 보기에 실망이 너무나 크다.

 유사시 생사를 나누며 함께 싸워야 할 전우를 내무생활의 사각지대에서 집단가혹행위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군의 불명예요, 치욕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처럼 항상 군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사망사고에 대해 뒷북만 치는 무능력을 보여 주고 있기에 군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불신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육해공군 장군들이 바쁘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군의 악성 사고 뒤에 계급을 앞세워 하급자를 억압하는 불량한 군대문화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군은 계급질서를 우선하는 특수한 집단이다. 이제는 계급장을 앞세우기보다 인권을 상호 존중하고 격려하는 전우애로 혁신해야 할 군대문화 개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특히 장군이 바뀌어야 군대가 바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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