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아내와 함께 안성에 있는 사찰을 찾았다. 대웅전에 가니 다른 사찰과 달리 목불상이 눈에 띄었다. 부처님께 참배를 하고 나오니 공양간에서 비구·비구니 스님 두 분이 나오셨다. 반갑게 맞아 주시며 음식을 치우기 전에 빨리 들어가 식사를 하라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차 한 잔 하라고 권하시는 스님을 따라 찻방에 들어갔다. 비구니 스님이 솔잎 차를 주셨다. 아내가 평소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곳이라 꼭 한 번 오고 싶었는데 앞으로 자주 들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곳의 주지라고 하시는 비구 스님이 “보살님! 앞으로 혼자는 이곳에 오지 말아요”라며 “이곳은 삿된 기운이 많은 곳이니 절대 혼자 와서는 안 된다”고 호통을 쳤다.

아내와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이어 스님은 찻방에 있던 두 개의 조각상을 보라고 했다. 상반신은 제대로 복장을 갖췄으나 하반신은 벗고 있는 선비와 군인 헬멧을 쓰고 권총을 허리에 찬 나체 여인의 조각상. 이 조각상이 이곳 주인의 모습이니 나쁜 꼴 당하지 않으려면 절대 이곳에 혼자 오지 말라고 했다.

문득 최근 10여 년 전 큰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3년 전께 같은 이유로 둘째 아들마저 죽었다며 하소연하던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아들의 극락왕생을 위해 사십구재를 지냈다.

치르고 나니 100일재를, 100일재가 끝나고 나니 잘못됐다며 1천만 원인데 800만 원에 해줄 테니 천도재를 지내야 한다고 하는 스님. 두 스님 모두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자신들의 돈벌이에 급급한 사이비가 아닌가 싶다.

이들 때문에 대부분의 훌륭한 스님과 종교지도자들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세상 사람들을 속여 정신을 홀리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런 사람들은 분명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에게 기대기보다는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등은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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