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인가 모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무능하고 무뚝뚝한 아버지, 미모는 없지만 정은 넘치는 어머니, 공부도 못하고 싸움도 못하는 아들 이렇게 세 식구가 식사하면서 나누는 대화와 상황이 큰 웃음을 줬습니다. 2년 넘게 코너가 진행돼 오면서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본 틀은 ‘대화가 단절된 어느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대화가 필요해’의 한 장면입니다.

아버지:하루 종일 뭐하고 돌아다니다가 밥 먹을 때만 되면 기어들어오노?
아들:학교 다녀왔는데예.
아버지:아직 졸업 안 했나?
아들:올해 입학했심니더.
아버지:……. 밥 묵자.

아버지가 자기 아들이 졸업을 했는지, 입학을 했는지,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대화가 없는 가정을 묘사한 것입니다.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함께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설정이기는 해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가정들도 있을 것입니다.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가정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가족 간의 소통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가족들끼리, 특별히 결혼으로 확장된 가족 사이에는 대화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들이 함께 있을 때 조심해야 할 말들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체면(體面)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체면은 공적으로 지켜지는 개인의 자존심(自尊心)을 말하는데, 자신이 자립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로서 남들에게 신분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가족들끼리는 서로 너무 잘 압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알고 있는 나에 관한 이야기는 과거의 모습이 많이 있습니다.

과거의 나에 대한 일들을 바탕으로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배우자나 자녀 앞에서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바탕으로 아이 취급하는 대화가 특히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아이 아버지가 된 동생한테 “넌 어릴 때부터 너밖에 몰랐어. 네 방에다 과자 숨겨놓고 혼자만 먹었었잖아?”하는 식으로 말을 한다면 반박을 하기도 어렵고 부인이나 아이들 앞에서 체면이 상하니까 기분도 상하고 난감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심한 경우 가족들과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됩니다. 결혼한 형제들끼리의 대화에서 어려운 점은 바로 이런 요인들입니다.

 게다가 대부분 형제들끼리는 경쟁을 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언제 만난다 해도 어릴 때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살아날 수 있어서 작은 마찰도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우자나 자녀가 함께 있을 때에는 서로의 체면을 존중하는 대화를 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가족 모두를 서로 존중하고 서로의 체면을 세워 주고 서로 받아주는 구도로 대화를 하며 가족관계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야 합니다.

며느리, 사위, 올케, 시누이, 동서…. 비록 이름은 달라도 결혼을 통해 하나의 가족을 이룬 구성원들입니다. 이 모든 가족들 간에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대화가 진정한 소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가족과의 대화 시에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킨 적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고 올바른 소통의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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