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개에 이르는 인천의 사립 작은도서관은 지역의 공공도서관들과 함께 내년 인천이 주최가 되는 ‘2015년 세계 책의 수도’ 북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이끌 한 축이다.

아직 이들 절반은 전문사서는커녕 상근직원도 없이 운영될 만큼 열악하지만 그럼에도 상당수 작은도서관들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동네 도서관’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인천시 각 구의 작은도서관에 대한 비전과 과제, 작은도서관들의 실제 현황과 목소리를 살펴봄으로써 내년 ‘세계 책의 수도’로 그 이름을 알릴 인천의 현재를 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책 읽는 문화 확산으로 대표되는 독서문화 진흥, 연수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작은도서관들이 매개가 되는 마을공동체 조성까지도 가능해진 곳이다. 15~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민들과 함께 그 뿌리를 단단히 해 온 작은도서관들 덕분인데, 이들 오래된 작은도서관은 강화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신생 도서관들의 운영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2014년 현재 연수구에는 공립 4곳을 제외하더라도 모두 21곳의 사립 작은도서관들이 자리해 있다. 이 중 일부는 도시 조성부터 태동해 온 작은도서관, 절반 가까이는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내에 새로 생긴 도서관들이다.

특히 20년 전 도시 조성을 시작한 ‘마을문고’ 시절부터 아이들의 독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던 학부모들은 자연스레 작은도서관의 활성화를 이끌었고, 또 학부모에서 자원활동가로 변신한 주부들이 만들어 놓은 밑바탕은 연수구가 도서관 문화를 선도하게끔 하는 동력이 됐다.

이러한 배경을 지닌 연수구는 인천지역 내 어떤 자치구보다 작은도서관 활성화에 열정적이다. 지난해에는 21개 작은도서관 모두가 동일한 도서관리 전산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비용을 지원, 그간 대다수의 작은도서관들이 수기로 해 온 도서 대출과 관리를 전산화시켰다.

이 덕분에 도서와 이용자의 체계적인 현황 파악이 가능해진 작은도서관들은 이용자들의 니즈를 파악, 연령대별 도서 구입에 이를 활용하고 다수 대출자들을 위한 소소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구는 2013년 기준 25곳에 달하던 사립 작은도서관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과 운영 방식 검토를 통해 운영이 미미한 4곳을 폐관 유도하기도 했다.

이는 작은도서관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추진한 일 중 하나로 같은 목표를 두고 지난해를 거쳐 올해 완성된 세밀한 평가지표 또한 대내외에 자랑할 만하다. 구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지표로 도서관끼리의 교류협력, 재정자립도, 지역사회 독서문화 진흥 역할, 자료의 체계적 관리 등 세부적인 평가요소들이 돋보인다.

올해 평가 대상이 된 18곳의 작은도서관들은 S~C등급까지 구분해 최대 500만 원에서 300만 원의 시·구비 매칭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여기에 구는 자체 예산으로 독서 관련 프로그램비 3천800만 원을 따로 책정하는 등 올해만 모두 1억1천400만 원을 작은도서관들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자원활동가 역량 강화를 위한 ‘작은도서관 시민학교’도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연수구만 운영하고 있는 작은도서관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연수구의 작은도서관 지원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지역 작은도서관들 간의 ‘네트워크 강화’ 노력에 있다. 작은도서관을 운영 주체별로 아파트·개인(단체) 2개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마다 매달 1회씩 ‘찾아가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는 구는 도서관들끼리의 잦은 만남을 통해 공통된 문제를 논의하고 서로 배울 점들을 나눌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네트워크 강화의 결과는 작게는 자발적인 북 페스티벌의 참여로 이어지고, 크게는 도서관 운영의 질 등 그 격차를 줄이는 토대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 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네트워크 강화 또한 사서가 없는 작은도서관들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수구 관계자는 “다른 구들이 업무 이동이 잦은 행정직을 담당자로 두는 것과 달리 연수구는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담보한 사서직이 열정을 갖고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라며 “앞으로도 강화된 네트워크와 작은도서관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은도서관이 마을공동체의 구심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늘푸른 어린이도서관
지난해 11월 24일 저녁, 연수구 연수2동 먹자골목의 한 카페에는 지역의 엄마와 아이들부터 동네 상인들까지 함께하는 특별한 ‘북콘서트’가 열려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반년 전 늘푸른 어린이도서관이 건넨 추천 도서를 매개로 함께 소통해 온 인근의 음식점·화방·서점 등지의 상인들은 ‘책 읽는 가게 북콘서트’로 이름 지어진 이날 행사에서 시 낭송, 전래동화 구연에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그 여느 작은도서관들보다 지역적 네트워크가 뛰어난 늘푸른 어린이도서관의 특별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16년의 역사와 학부모(자원활동가)들의 열정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늘푸른 어린이도서관(연수2동 626-11). 이곳은 연수구가 막 조성되던 시절, 원거리의 공공도서관에 대한 고민으로 모인 동네 엄마들이 집에 있는 책들을 가지고 나와 공간을 꾸리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동화 공부·현장 체험 등 자녀를 함께 키우는 방식으로 어린이도서관을 꾸렸고, 이러한 전통은 자원활동가 양성의 기틀이 된 엄마들 동아리 ‘얘기보따리(그림책 공부)’를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오랜 역사만큼이나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는 늘푸른 어린이도서관은 지역의 시민단체·작은도서관들과 함께하는 송년회, 구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늘푸른 토요 마을학교’를 통해서도 지역과의 연계를 넓혀 가고 있다.

이 중 토요 마을학교는 영·유아 프로그램, 초등 대상 교육연극, 학부모 특강 등을 진행해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닌 마을 학교, 공동체 의식을 나누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했다.

여기에 100권의 책을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는 ‘백 권 클럽’, 품앗이 공동 육아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달토끼 마을’, 그림책의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드는 ‘재미 한 땀’ 등 40여 명에 이르는 자원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운영 중인 8개의 아동·성인 동아리도 늘푸른 어린이도서관이 자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연수구를 넘어 전국에서도 우수 운영 사례로 손꼽히는 이곳도 후원금으로 겨우 지불하는 월세, 도서관 전담자 배치에 대한 목마름은 지속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처럼 구가 유휴 공간을 저렴한 가격에 대여하는 사례에 부러움을 감출 수 없는 이유다.

얘기보따리 14기생으로 2년 전부터 관장직을 맡고 있는 이은주 씨는 “과거 내가 느꼈듯 앞으로도 이곳이 나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자 사람들이 모여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지난해 책 읽는 가게를 통해 보다 폭넓은 지역공동체의 가능성을 발견한 만큼, 이를 지역운동으로 펼쳐 나가고 싶은 것도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너나들이 작은도서관

지난 1993년 개관한 ‘너나들이 작은도서관(동춘동 현대대림2차 아파트 내)’은 연수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작은도서관이자 지역 내 아파트 도서관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너나들이 도서관은 20년 전 아파트 입주 당시 체육공간으로 관리사무소동 지하에 꾸려진 공간을 주민들이 마을문고로 탈바꿈시켜 출발했다.

 가까운 공공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이 없던 시절, 아파트 주부들이 모여 도서관 두레모임을 주도했고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아이들이 북적이는 동네 사랑방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여타 아파트의 작은도서관들처럼 새로 생긴 공공도서관과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오랜 시간 부침을 겪었다.

그럼에도 너나들이 도서관은 상당한 시간 동안 도서관을 아끼는 자원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고, 2012년의 대대적인 리모델링과 연수구의 마을만들기 및 작은도서관 지원사업비를 활용한 프로그램의 다양화로 현재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연수구의 행복마을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요리·뜨개질·천연세제 만들기 등의 성인 프로그램은 도서관의 역할 확장에 기여했고, 방학 캠프·가족극장 등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너나들이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 신간 구입으로 전 연령대의 폭넓은 이용을 유도한다는 데 있다. 또한 해당 아파트 주민들만을 위한 폐쇄적인 공간으로 운영되지 않는 점도 너나들이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너나들이 작은도서관의 가장 큰 자랑은 주부들로 이뤄진 자원활동가 그룹이다. 30여 명에 이르는 자원활동가들은 하루 3개 조로 나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도서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인원이 많은 덕에 2주에 한 번 2시간의 봉사로 충분하다.

문제는 아파트 특성상 이사 등으로 인해 고정 운영진들의 교체가 쉽고, 운영진들에 따라 유지 편차가 크다는 점에 있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상근자의 필요성이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도서관장을 맡고 있는 김수경 씨는 “너나들이 도서관은 앞으로도 온 가족이 이용하는 도서관으로 꾸려 나갈 것”이라며 “지금처럼 자원활동가들의 땀과 열정을 모아 진정한 마을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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