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소품으로 사용됐던 비녀가 촬영 장소인 인천시 연수구 인천시립박물관 유물전시실에 일반 유물과 함께 전시돼 박물관의 본래 성격을 훼손하고 있다는 문화계의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10일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전시된 드라마 소품을 관람하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흔히 그 도시의 대표 박물관은 역사적인 뿌리와 문화적 정체성을 담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에 유물로서 전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가짜 유물’이 버젓이 전시실 한 공간을 차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가짜 유물은 최근 한국과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 소품으로 쓰였던 조선시대 ‘비녀’다.

10일 인천시립박물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박물관 내 2층 상설전시실에 다른 유물과 함께 문제의 ‘비녀’를 전시 중에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 김수현과 전지현을 400년간 이어준 비녀는 인천도시공사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작사로부터 기증받아 박물관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수정죽절비녀’의 모조품으로 알려진 이 비녀의 정확한 시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덕분에 박물관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월평균 2천500여 명 늘어난 것으로 박물관 측은 밝혔다.

문제는 유물로서 전혀 가치가 없는 드라마 촬영 소품이 조선시대 각종 유물들과 섞여 함께 전시되다 보니 박물관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박물관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상당수는 전시된 소품 앞에서 기념촬영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박물관’이 아닌 ‘관광지’로 전락한 모습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 내에서는 전시 중인 유물의 훼손을 막기 위해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지만, 드라마 소품으로 쓰인 비녀가 전시되고부터 막무가내로 사진을 찍는 관람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의 한 향토사학자는 “박물관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모조품을 전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며 “박물관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린 데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명숙 박물관장은 “유물도 아닌 모조품을 박물관 상설전시실에 전시한 것은 맞지만,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없어 ‘유물 저장고’가 되는 것보다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유인책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광복 이듬해인 1946년 4월 개관한 인천시립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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