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매직 인 더 문라이트’가 오는 20일 관객들과 만난다. 1920년대 남부 프랑스를 배경으로 유럽 최고의 마술사 스탠리와 엉뚱한 심령술사 소피의 환상적인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1928년 유럽을 사로잡은 중국인 스타 마술사 웨이링수. 모두가 감쪽같이 속은 그의 진짜 정체는 스탠리(콜린 퍼스 분)라는 이름의 영국인이다.

세계 최고의 마술사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무엇도 믿지 않는 스탠리는 어느 날 동료 마술사에게서 심령술사 소피(엠마 스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영혼을 불러내 무엇이든 맞히며 남부 프랑스의 카트리지 가문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소피의 심령술이 가짜라고 확신한 스탠리는 그녀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남부 프랑스로 향한다.

스탠리는 ‘매의 눈’으로 소피의 해괴한 마법을 관찰하지만, 도저히 틈을 찾을 수 없다. 그 대신 자신의 어린 시절 비밀이 하나둘씩 소피의 입에서 부지불식간에 새어 나오는 걸 목도할 뿐이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노심초사하던 스탠리는 마침내 생애 처음으로 마법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고, 자신의 이성적 판단이 잘못됐음을 널리 알리는 기자회견을 준비한다.

영화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평생 이성을 신봉한 스탠리의 기반이 무너지는 과정이다. “사는 건 비극”이라는 염세적인 자세로 불확실한 건 절대 믿지 않았던 스탠리는 그 불확실성을 통해 사랑을 알게 되고, 감성의 세계에 눈을 뜬다.

꼬장꼬장하고 지적인 스탠리 역의 콜린 퍼스와 허술하면서도 신비한 구석이 있는 소피 역의 엠마 스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디 앨런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특유의 지적인 대사와 웃음기를 적절히 녹여냈다. 또한 별거 없는 인생이니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때론 이성보다 감정에 충실하자는 노감독의 주장 또한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 덕택에 꽤 설득력 있다.

웃고 즐기다 보면 97분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