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워싱턴D.C에는 워싱턴기념탑을 제외하고 국회의사당보다 더 높은 건물은 없다. 마천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 뉴욕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 의회야말로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미국은 어떠한 기관도 국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보다 더 높을 순 없다는 의미에서 의사당이 있는 워싱턴 시내에서는 건축물조차도 의회 건물 아래 높이로 제한하고 있다. 그만큼 의회에 대한 존중이 크다.

우리 국회의 경우는 어떤가. 아직도 멀었다. 국회가 존중받기는커녕 ‘국해(國害)’소리까지 듣는 국회다. 각종 비리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이 하루도 검찰에 불려 가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검찰로부터 해운비리, 철도비리 연루 의혹과 서울종합예술실용전문학교를 위한 ‘청부입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어제도 오늘도 연일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청사 문턱이 닳아 없어질 정도다.

요즘 우리는 정치실종 시대를 살고 있다. 상시 개원돼 있어야 할 국회는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다. 걸핏하면 ‘국민’을 내세우고 서로가 네 탓이라는 주장만을 펴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은 벗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 인용하는 국민처럼 우리 ‘국민의 무게’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제1조에서 선언하고 있다.

말로만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국회의원들이다. 국회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어디에도 민생과 경제를 위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걱정치 않을 수 없다. 한시가 급한 민생법안은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만 가고 있다.

현대가 아무리 로비사회라고 하지만 ‘입법(立法)로비’라니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가슴에 다는 ‘금(金)배지’는 부정과 결탁해 금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나타내는 표지(標識)가 아니다. 검은 손이 내미는 몇 푼의 로비에 그리 쉽게 넘어가는 금배지들의 비굴하고 천박함에 국민들은 허탈할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고위 관료 출신들이 산하기관에 낙하 투입돼 해결사가 되는 ‘관(官)피아’의 폐단이 적폐가 돼 고질화되고 있다. 이러한 제악(諸惡)을 척결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한 술 더 떠 ‘입법(立法)피아’로 전락하고 있다.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고 조사할 권한이 있다. 부끄러운 손으로 어떻게 어느 기관을 감사하고 누구를 조사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국회의원의 최소한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46조 전문이다. 의원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무 하나 지키지 않고 있는 우리의 국회다. 국회 스스로가 법체계상 한 국가의 최상위의 법마저 사문화(死文化)시키고 있다. 민생침해사범들이 들어가 있어야 할 교도소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도소는 이상하게도 국회의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하기야 입법로비 등에 정신이 팔려 민생법안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 시민의 삶에 해악을 끼쳤다면 매한가지로 민생침해사범 부류로 분류되는 것이 마땅하기는 하다.

국민을 실망시키는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은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다. 근자 들어 그 대표적인 예가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육군 28사단 윤모(21)일병 구타 사망사건 현장검증에 나갔던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행태다. 부대 내에서 손을 들어 파이팅을 외치고 미소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대목에 이르러서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한강 물은 영원히 맑아질 수 없다’는 말이 속담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이유는 부끄럽게도 국회의사당이 한강의 한복판인 여의도에 있는 한 그렇다는 얘기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정치가 돼야지 정치인 본인들의 축재(蓄財)를 위한 정치가 돼서는 안 된다”고 누차 역설했다.

누구를 위한 입법이고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는 필경 ‘국회(國會)의원’이 아니라 ‘국해(國害)의원’을 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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