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선비가 배를 타고 목적지로 가고 있었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바라보던 뱃사공이 갑자기 옆에 있는 어린 아들에게 “항으로 돌아간다! 뱃머리를 돌리라!”고 소리를 쳤다.

갈 길이 먼 선비가 이 광경을 보고는 어이없어 하며 “이보게 뱃사공! 하늘을 보라.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왜 배를 돌리라는 건가?”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뱃사공은 “나리! 조금 있으면 폭풍우가 몰아칠 겁니다”고 대답했다.

그 선비는 “말도 안 되는 예측이군. 나도 배를 여러 번 타 봤지만 이렇게 좋은 날씨에 변화가 오는 경우는 없었어!”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뱃사공은 선비의 어떤 설득·회유·협박에도 굴하지 않았다. 뱃사공이 자신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자 선비는 “좋다! 만약 날씨가 변하지 않는다면 네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협박했다. 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뱃사공은 황급히 배를 항구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배가 항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방금 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항구에 도착한 뒤 선비는 뱃사공을 볼 수가 없었고, 이내 뱃사공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아들아! 일단 노를 잡은 뱃사공은 그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그렇다. 요즘 세상을 살다 보면 다 자신의 일에 있어서 전문가들과 달인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외압과 협박, 회유 등 많은 외부적 압박들이 들어올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런 압박들에 눌려 자신의 신념을 저버린다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잘못된 신념도 있겠지만, 한 곳에서 몇십 년을 일한 사람은 분명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만큼 그 누구도 전문가들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며,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 전문가들이 그런 외압에 못 이겨 신념을 버려 자칫 큰 사고가 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될 것이다. 지금의 난국처럼. 부디 자신의 신념을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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