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시행될 ‘9시 등교’를 놓고 경기도내 일선 학교들이 시행상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도내 일선 학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정상의 촉박함과 연간 학습계획 차질, 아이들을 놔두고 먼저 출근해야 하는 자녀 관리의 어려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교사와 학부모 대다수가 반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교 자율에 맡겨 달라거나 단계적으로 시행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교육감은 단호하게 시행 의지를 재천명하고 나서 등교시간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소년들의 충분한 수면시간과 가족들과의 아침식사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등교시간을 늦춘다는데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는 듯하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잠을 자는 이유는 충분하지 못한 수면 탓도 있지만 과도한 학습과 주입식 교육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피로한 것이지, 잠을 못 자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다.

 현재의 대학입시제도가 존재하는 한 잠 못 자고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은 여전할 것이다. 9시 등교가 아이들의 수면권을 보장할 것이라는 발상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생각이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자칫 새벽 사교육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피로를 풀어주고 싶다면 교육제도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정작 등교시간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등교시간이 8시 30분이든 9시든 그때 바로 수업을 시작해서 학교를 빨리 파하면 될 일이다. 중요한 것은 등교시간이 아니라 아침시간에 실시하는 추가 학습활동 폐지 여부인 것이다.

맞벌이 부부 자녀들과 같은 조기 등교자들을 위해 ‘도서관 등을 활용한 아침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9시 등교제는 하나마나가 된다. 등교시간을 9시로 정하려면 9시 이전에는 어떤 프로그램도 없는 자유시간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순차적·탄력적으로 시행하는 게 정석이다. 이 교육감은 ‘전면 시행해 보시고 나쁘면 그때 가서 돌이키도록 하자’고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 보고 안 되면 말자는 식은 교육수장으로서 할말이 아니다.

힘들더라도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생과 학부모의 생활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올 등교시간 결정을 교육감 한 사람의 의중에 따라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교육부도 ‘9시 등교’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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