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에 이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후임병을 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군 인권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사회현상을 2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아무래도 군대보다는 안전하고 편하지 않을까요?”
요즘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들 사이에는 ‘입시전쟁’을 끝낸 안도감보다 ‘입대전쟁’을 치러야 하는 불안감이 더 크다.

▲ 인천경찰청 소속 의경들이 19일 일과를 마치고 내무반에서 바둑과 독서 등을 하며 저마다 여가를 즐기고 있다. <사진=인천경찰청 제공>

최근 의무경찰(이하 의경) 시험에서 떨어진 대학생 김모(21)씨는 “미군 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고 싶어 카투사 시험(토익 780점 이상)을 준비하면서 당분간 의경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주위에 휴학하고 카투사나 의경, 의방(의무소방)에 가려고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매달 실시되는 의경 모집에 지원자가 최근 들어 급격히 몰리고 있다.
19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513명에 불과하던 의경 지원자 수가 윤 일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7월에는 1천66명까지 배 이상 늘었다. 인천경찰청이 매월 뽑는 의경 정원이 38명인 점을 감안할 때 경쟁률은 13.5:1에서 최고 28:1까지 급상승한 셈이다.

이처럼 지원자가 몰리다 보니 군과 달리 문제를 일으킬 만한 ‘관심사병’은 선발 과정에서부터 걸러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는 대간첩작전과 각종 시위 현장에 동원되던 ‘전투경찰’마저 사라져 의경 지원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의경은 21개월간 경찰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으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하게 된다. 인천경찰청의 경우 이틀에 걸쳐 기본적인 신체검사와 체력검사, 그리고 인·적성검사와 면접을 통해 의경을 선발하고 있다.

김국진 의경관리계장(경감)은 “대원(의경)들 간에 지시와 명령은 할 수 없으며, 주어진 임무는 직원(경찰관)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체계가 돼 있어 일반 직장처럼 차별 없는 병영문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인천경찰청은 지난 3년간 의경들 간의 구타 및 가혹행위가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인천경찰청 소속 정모(22)의경은 “일반 군대와 달리 1주일 1회 외출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희망 근무지에 배치돼 가족들과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심리적으로 안정된다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의방도 마찬가지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평균 경쟁률 2.5:1에 그쳤던 지원자 수가 지난 4월 26일 300명 모집에 1천438명이 몰려 4.8: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의방은 모집 인원이 매년 줄고 있지만 지원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 해양경찰도 일반 경찰과 마찬가지로 의경을 뽑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조직이 해체될 위기에 있어 실제 지원자 수는 그렇게 많이 늘지 않았다. 더욱이 일반 의경보다 복무기간이 2개월 더 길어 매년 1천300명 선발에 2천여 명 정도가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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