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찾기 애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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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찾기 애플리케이션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4.08.2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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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전화만 있으면 해결 못할 일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떤 궁금증도 손가락으로 터치 몇 번이면 성가셔 하지도, 짜증내지도 않고 친절하게 답을 보여 준다. 좋은 세상이다.

장소에 대한 공간 감각이 없어서 유난스러운 나도 이 시대 덕을 보고 산다. 사거리 이쪽에서 직진했던 길을 저쪽에서 오게 되면 처음 길이라 낯선 곳이 되고 마는 소문난 길치다. 세상이 좋아져 나만큼 맹한 길치도 지도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깔아 놓으면 천리안으로 살 수 있다.

내가 있는 곳을 설정해 지도를 움직여 위치를 지정할 수도 있고 교통 상황이나 CCTV 위치, 위에서 내려다보는 항공뷰, 자전거도로, 심지어 지적 편집도까지 입체적으로 제공해 준다. 그러니까 요즘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길 잃고 헤맬 일이 없다는 증명이 된다.

질서정연하게 축적된 다양한 자료로 가고자 하는 곳을 가장 빨리 쉽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까지 달고 다니는데 세상의 길은 요지부동 복잡하고 헝클어져 북새통이다. 허당을 매력이라 우기는 나 같은 사람은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위치에서 지도자라며 혹은 무슨무슨 전문가라며 이름을 올린 댄디가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예상치 못한 파격으로 허당의 뒤통수를 때려주는 똑똑한 이들을 이해해 보려 애를 쓰지만 겨우 산수나 하는 수준이라 고차방정식이 가당키나 하나. 복잡하고 가중된 정신세계에 기가 눌려서 재간둥이들의 말재간을 듣고 있으면 진땀만 날 뿐이다.

세상이 고요할 리 없다손치더라도 올해는 유별나게 고난의 행군이다. 가슴 철렁해서 아프고 안쓰러운 일도 잦았고 분기탱천으로 화병을 부르는 일도 줄줄이 발생했다. 세상의 등대로 지표가 돼 안전하고 행복한 길로 이끌어 주겠노라고 믿고 따르라 했던 해안과 통찰력을 말 그대로 믿고 기다렸는데 갈수록 미궁이고 뒤엉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강렬한 목청으로 목이 쉬게 질러 대며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던 지도자 애플리케이션은 세상 사람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보다 아주 한참 못 미치는 불량인가? 슬그머니 불순한 마음을 먹게 만든다.

그래서인가 살고 있는 세상이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미안해진다.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한 눈높이로 그분들의 심로(心路)를 봐주지 못하는 난독증이 있는지 검사라도 받아보고 싶다.

 감히 그분들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는 소시민의 간절함으로 슬픈 패러디를 생산해 내는 이 시시한 오락 프로그램은 시청률 꽝이 돼 영원히 퇴출되기를 바란다.

이제는 달달한 세상을 걷고 싶다. 눈물 흘린 눈이 맑아져 안내된 길 표지판을 따라 평안한 풍경 속을 걷고 싶다. 의심 없이 절대 부도부표가 아니기에 맞춤 길잡이가 진실이라며 목청 높인 분들의 예언이 기다리는 곳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그러면서도 안전한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하며 같이 가고 싶다.

세상의 길을 어지럽힐 미로를 만들려고 머리 쓰지 말고 심지 하나 당차게 박아 바르고 올곧게 가는 길 안내하는 길잡이 애플리케이션을 어디서 구해다 깔아야 하나. 넉넉한 여백을 둬 우스개 잡담도 하고 쉬어가며 공평하게 세월을 지고 가는, 생판 남이지만 또 생판 남이 아닌 동행으로 길을 찾아주는 새 지도로 위로받고 싶다.

이 시대, 짧았던 길었던 세상의 일원으로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국민의 달콤 쌉싸래한 세상사를 한방에 휘저어서 헝클어 버리는 일 없기를, 심기일전하겠으니 믿어 달라는 새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선량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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