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패러다임에 매몰돼 있는 지역개발은 지역이 가진 고유한 역사성과 장소성을 쉽게 왜곡할 수 있는데다 유흥지만 조성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대로 된 문화·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도시철학의 정립이 필요한 때입니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25일 인천아트플랫폼 세미나실에서 열린 시민토론회 ‘인천 중구의 공간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의 발제자로 나서 지역개발의 필수 조건으로 새로운 도시철학의 정립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인천 각국 거리 조성사업 대응시민모임과 홍예문 문화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 곳곳에서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인천시 중구청의 사업계획 검토와 더불어 문제점 및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민 대표는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본 우리의 자화상과 과제’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중구가 추진한 월미관광특구 활성화사업 등이 조악한 공간상품화 사업으로 전락한 것은 도시철학과 정책의 비전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단순 관광객 증가를 근거로 이를 성공사례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현재를 진단했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행정이 도시상품화 논리를 쫓아 ‘이윤’을 매개로 일부 주민·상인·업체들과 커넥션을 형성하는데다, 지역의 지식인들과 시민사회가 비평적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중구청의 개발사업들이 ‘짝퉁 개발’이란 우려에서 벗어나려면 그 목표를 전면 수정하고 ‘주민·상인-행정-연구기관-지식인·문화예술인·시민사회’가 함께 교류하는 수평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며 “다양한 주체가 인문도시를 조성하는 활동을 함께 한다면 보다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날 토론회는 중구청의 추진 사업들과 개발 방향을 정리한 김용하 박사(인천발전연구원 초빙연구원)의 발제, 방향없는 도시개발의 결과를 우려한 정윤수 문화평론가의 ‘도시, 낭만적 거짓과 실체적 진실’, 2001년부터 시민들의 폭넓은 참여로 지속돼 온 대구 중구의 도시만들기 사례를 소개한 권상구 대구중구 도시만들기 지원센터 사무국장의 발표가 이어져 눈길을 모았다.

지역의 역사·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인천 각국거리 조성사업 대응시민모임은 짝퉁개발이란 비난을 사고 있는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등 중구의 개발 사업들을 화두로 지속적인 토론회를 개최, 대안을 도출하고 이를 중구와 함께 논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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