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평가(詩評家)인 홍만종(洪萬宗)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적반하장(賊反荷杖)에 대한 풀이가 나온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바뀌어 손님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의 주객전도(主客顚倒)·객반위주(客反爲主)와 뜻이 통하며,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뜻으로 나에게 책망을 들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나를 책망할 때 쓰는 아가사창(我歌査唱)과도 일맥상통한다.

요즘 세상은 적반하장이 판친다. 그래서 백성들은 잘함과 잘못함을 분간하는 데 혼란스럽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여·야·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전면적인 대여 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사흘째 단식 및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와 서울시청 앞 광장 등에서 결의대회 및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집권여당의 무성의·무책임·방관이 국민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온건파 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단식과 장외투쟁, 이제 이것만큼은 정말 안 된다”며 강경 투쟁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철야 농성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불참하는 등 강경 투쟁 방식에 대한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 여론은 더욱 따갑다.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두 번이나 깨고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해 국민들은 61.1%가 ‘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불과 4.7%만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오히려 자신들이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 믿음 때문에 난국을 타개할 돌파구가 없을 경우 ‘장외투쟁’은 이미 그들의 도피수단이 된 듯싶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정치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적반하장식 정쟁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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