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호 수원남부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교통과장 직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교통사망사고를 접하게 된다. 사람의 한 생명이 숭고한 마지막 순간을 가족 앞에서 평안히 맞이해도 슬플 판국에, 어느날 갑자기 예상치도 못하게 도로에서 비명횡사하게 되니 그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교통경찰관들은 비상이 걸린다.

 너도 나도 현장으로 달려나가 혹시 교통시설이 미비한 것은 없는지, 법규 위반 행위가 만연하지는 않은지, 교통안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지역에서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는 죄책감(?)에 유족만큼 안타까운 심정으로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 없이 예방활동을 하다 보면 문득 아쉬움이 드는 게 한 가지 있다. 아주 간단하고 기초적인 교통질서만 지켰다면 그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때늦은 후회가 그것이다. 실상 대부분의 사망은 엄청난 대형 사고가 터져서 나기보다 아주 작은 교통질서 위반으로 발생하게 된다.

지근거리에 있는 횡단보도나 육교가 귀찮아서 무단횡단을 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전모는 장식품으로 넣어 두고, 단 몇 초 빨리 가겠다고 신호 위반을 한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사고 후 백번 후회한들 누구도 환생할 수가 없다. 교통사고 예방은 교통시설, 단속, 홍보의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그 중에서 특히 홍보가 핵심이 아닐까 싶다. 정확히 말하면 홍보를 통해서 국민 개개인이 교통질서 준수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지금 있는 법규만 잘 지키고, 지금 있는 시설만 올바르게 이용해 준다면 굳이 경찰이 나설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기본과 원칙은 불편하고 귀찮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불편으로 크나큰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고 감수해야 할 불편이다. 선진 교통문화 정착, ‘지금 당장’ ‘나부터’ ‘작은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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