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출범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부모·병사 24시간 소통, 자율휴가제 등 4대 중점 과제를 선정해 국방부에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출범 당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회의에서 무려 40개의 과제를 선정했으나 새로운 대책이나 개혁 없이 이미 발표됐던 대책의 재탕으로 비춰졌다. 그나마 병영혁신의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히는 사법제도 개선, 옴부즈맨 제도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제외돼 실망스럽다.

이 같이 병영혁신위가 내놓은 자율휴가제, GOP 면회 허용, 부모·병사 24시간 소통, 내무반 생활 개선 등 4대 추진과제는 새로울 것도 없고 그 실효성도 크지 않다.

상명하복의 강압적 위계질서로 일과 이후 자율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통시간을 24시간 허용한다고 해서 그만큼 외부와의 소통이 늘어날지 의문이다. 또한 평일 면회를 허용하더라도 가족 및 친구 등의 전방 부대 면회가 가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려우며, 말단의 사병이 실제 자율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게다가 국방부는 중점 추진과제조차도 예산 소요, 작전 기강 유지 등을 검토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혀 추가적 예산이 반드시 필요한 생활관 개선도 그 실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개선 조치가 군에 대한 민주적 감시와 통제 방안 마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인권전문가들은 군 인권 개혁은 군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그 제도적 출발점은 바로 외부감시제도 도입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이번 첫 병영혁신위 회의에서 군인권법 제정, 군 옴부즈맨 제도 설치, 군사법 개혁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고 장기 과제로 미뤄진 사실은 군의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고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안들은 이미 10년 넘도록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군 인권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제안해 온 대안들이다.

수십 년간 개혁되지 않은 군 사법제도가 며칠 동안에 개선되긴 더 힘들다. 군의 폐쇄성을 해소하는 근본적 해결책을 수용하지 않고 또다시 보여 주기식 행태만 반복해서는 더 이상 군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어렵다. 병영혁신위는 오는 12월 ‘병영문화 혁신안’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이 혁신안을 통해 군 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군인권법 제정과 외부감시기구 설치에 대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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