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이 발표<본보 8월 28일 6면 보도>됐다.

2016년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시작해 2022년에는 모든 사업장이 퇴직연금을 도입하도록 하고, 특히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개인퇴직계좌는 위험자산 보유 한도를 40%에서 70%까지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지금 대한민국은 급속한 초고령화 국가로의 진입과 노인 빈곤층 확대로 사적연금의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수년째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 평균치의 두 배를 넘는다. 특히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한 남성 노인의 자살률은 압도적 세계 1위다.

일본이나 미국보다 5~6배 이상 높다. 이런 의미에서 기초노령연금제와 더불어 장기적 안목의 사적연금 도입 확대는 국가적으로 매우 유효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퇴직계좌의 위험자산 보유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경솔한 조치다. 아마도 금융산업 내 연금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수익 발생 시에는 금융업체의 경영 개선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정책이라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체적 진실은 다른 곳에서 살펴봐야 한다.

잘못되면 그 모든 손실은 연금 가입자인 근로자가 뒤집어쓰게 되는 고위험 연금 운용 방식이라는 점이 이 정책의 본질이다. 무릇 금융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때는 최우선순위가 금융소비자의 보호여야 한다.

소비자 보호 규제는 강화할수록 좋고, 기업들의 규제 완화는 이와 상충되지 않는 상태에서만 존중돼야 한다. 세계적 금융위기 그리고 모든 금융사고의 핵심에는 ‘위험 수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거나 위험 관리에 대한 전문성·통제력의 부재’가 있었다.

이런 우려를 의식했는지 정부는 “근로자의 수급권 침해를 막기 위해 확정기여형 연금과 개인퇴직계좌 적립금을 5천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하겠다”라는 발표를 했는데 이는 조족지혈일 뿐이다.

그렇다면 역지사지로 매년 수조 원 손실을 혈세로 메꿔 나가는 공적연금도 고수익·고위험의 확정기여형으로 바꾸고 예금자 보호 또한 5천만 원까지만 적용하는 것을 상상해 보자.

아마 생난리가 나고 정부 업무도 마비될 것이다. 제발 사적연금이라 가볍게 보지 말고 위중하게 처리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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