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에 따르면 활쏘기가 민간에게 널리 보급된 동기는 임진왜란 후 선조께서 백성들에게 상무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경복궁 안에 사정(射亭)을 지어 일반 백성들에게 개방·장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활터 유물은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자리잡고 있는 ‘황학정’이 유일하다.

이곳은 1898년 고종 황제가 창건한 120년 전통의 국궁장으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된 바 있다. 인천에는 총 10개의 활터(射亭)가 있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조용한 숲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구 수봉공원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무덕정(875-3921) 활터는 149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인천시궁도협회 본부 사무실이 있다. 남수정(465-2644)은 장수동 인천대공원에, 남호정(446-6164)은 도림동 주적공원에 자리잡고 있다.

구월정(469-0188)은 남부경찰서에서 남동인더스파크로 넘어가는 고가도로 밑 우측에 둥지를 틀기 위해 박남춘 국회의원이 확보한 국비와 남동구의 예산으로 신축을 준비하고 있다.

문학정과 합병된 연수정(818-5644)은 연수체육공원 내에, 전·현직 공무원들이 사원(射員)의 대부분인 승기정(814-5379)은 연수구 승기환경공단 내에 있다. 청룡정(513-1411)은 계양구 다남체육공원 내에, 연무정(543-2630)은 계양산 등산로 입구 좌측에 터를 잡고 있다. 현무정(563-5443)은 서구 검단로 487번길 59에, 서무정(561-0382)은 서구 대인고등학교 뒤편 공원에 자리잡고 있다.

나라를 지킨 최종 병기인 전통 국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가까운 활터를 찾아가 1개월 정도의 교습을 마친 후 소정의 회비를 내면 사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인천시교육청과 활터 주변 고등학교에서 국궁을 방과 후 학습 과목으로 확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궁도는 궁술뿐 아니라 마음을 수양하는 궁도 구계훈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인천시궁도협회에 등록된 회원은 600명에 이른다.

금번 제64주년 9·15인천상륙작전 기념 제31회 전국궁도대회는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남동구 도림동 413-1번지 남호정에서 열리며 인천 선수들이 최근 10여 년간의 부진을 털고 선전해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최근 모 중앙지에는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주도하다가 병원으로 실려 간 세월호 희생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김모 씨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다음 날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쌍스러운 욕설을 내뱉은 장본인이며 강성 노조원이라고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혼 후 두 딸의 양육비도 제대로 보내지 않았으면서 궁도단체 가입비와 활 구입비로 수십만 원을 사용하고, 하나에 1만 원씩 하는 화살을 구입해 여가 활동을 즐긴 궁도인이라는 내용이었다.

비록 인천궁도협회 회원은 아니지만 궁도인이 국민적 구설수에 오른 데 대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그러나 보도 내용처럼 국궁은 결코 호화 스포츠가 아니다. 개량 활과 화살은 한 번 구입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30여 년 전, 내가 객지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활을 잡았을 때 친지들은 젊은 세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인 국궁을 선택했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소탈한 서민 스포츠였기에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수의 궁도인들은 과거 나라와 백성을 지킨 최종 병기였으며 민족의 얼이 담긴 전통 무술인 국궁을 보존하기 위해 오늘도 사명감을 갖고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9·15 전국궁도대회를 맞아 궁도의 근본은 예의 엄수와 나라사랑이며, 이를 실천하는 자만이 이 시대의 진정한 궁도인임을 재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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