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교육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교육은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 입시제도(크게는 3단계로 구분, 예비고사·학력고사·수능시험 시기)는 1945년 이후 1년마다 또는 길게 5년마다 변했다.

1945년부터 1953년 대학별 단독고사를 시작으로 2014년 이후 대학수능시험 2회(국·영·수 난이도 선택 가능, 시험과목 4과목)까지 총 17번의 입시제도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어느 때는 대학의 입학과 수능이 눈치작전으로, 어느 시기에는 우수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어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다고 했던 입시제도 변화가 학생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교육은 뒷전이고 사교육비가 생활을 압박하는 수준까지 와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한 결과에서 책임지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으며, 아직도 우리의 정치권과 권력층에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망각하고 너무도 당당하게 교육에 종사했다고 외치고 있다.

1일부터 경기지역의 등교시간이 오전 9시로 늦춰지면서 찬반이 갈리는 학교 현장은 지금도 실험 중이다. 학생조차도 9시에 등교하는 게 맞는지 궁금해 하고 선생님들도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교육감의 공약사항이라고 하지만 9시 등교만의 공약으로 당선됐다면 9시 등교가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 가지 공약 중 하나가 9시 등교다. 맞벌이 부부와 등·하교 학생 지도는 준비된 사항인가? 일단 학생들이 또 실험에 오른 것이다.

수능은 한 번 치르기도 힘든 일인데 2014년도 이후는 두 번을 봐서 선택하는 제도로 바뀌게 된다. 한 번 치르기도 힘든 것을 두 번 해야 하는 것이니 더 힘들지 않을까? 또 두 번 다 잘 치른 학생, 두 번 다 못 한 학생, 한 번만 잘 치른 학생 그룹에서 대학은 누구를 선발하는 것이 잘된 선택일까? 어떤 시험도 난이도가 똑같다는 것은 거짓말 아닐까? 특목고·자사고·일제고사 폐지정책 등 참 다양하게 정책도 나온다.

 일단 시험이 없어지니 학생 부담은 줄지만 수업의 결과를 무엇으로 평가할까? 일제고사 폐지 후 치러야 할 첫 시험의 부담감은 어떻게 치료할까? 첫 시험을 위해 무슨 과외를 해야 할까? 등등.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는 없지만, 자고 나면 입시제도가 바뀌어서 ‘로또 입시’라는 말까지 나오는 시점에 9시 등교도 실험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학생들도 찬성하고, 선생님도 찬성하고, 반대가 있다면 그것을 설득하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 교육 현장이다.

 이번 9시 등교는 현장의 목소리를 점검하고 현장을 제대로 파악한 정책은 아닌 것 같다. 9시 등교의 목적이 청소년들의 부족한 잠을 해결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점심시간 이후 1시간 정도 자도록 하는 방법도 있었다.

가족과의 식사를 위해 등교를 늦춘다면 아버지의 출근시간도 직장 상사의 허락을 받았어야 한다. 대다수의 아버지가 학생들보다 먼저 출근하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맞벌이 부부의 경우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고, 입시가 코앞인 고3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왜 이런 정책을 해야 하는가? 교육 현장에서 부지런함을 일깨우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찾는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직장인 출근과 학교 등교가 시간대별로 구분돼 9시 이전과 이후는 차량의 통행과 인구의 이동이 확연히 구분된다.

9시 등교의 득(得)보다는 해(害)가 많다면 실험은 중단돼야 한다. 하지만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면 교육감은 처벌받아야 한다. 대상 학생들의 학력과 그 다음 결과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교육감은 인기 연예인이 아니다.

당선됐다고 자신이 마음대로(?)하는 자리가 아니고,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 현장에 힘을 실어 주는 자리이지 인기에 영합한 정책(?)을 펼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적인 감각은 떨어져도 교육 현장의 감각이 묻어나는 자리여야 한다. 교육에는 진보도 없고 보수도 없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갈등하는 사이 우리 학생들은 방향을 잃고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 더 이상 교육 현장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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