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큰 스승으로 존경받는 분 중에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님이 계신다. 일제에 국권을 침탈당했던 시대에 죽음을 무릅쓰고 한민족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투혼을 불살랐던 애국자이신 분이다.

일제는 식민지 통치를 하면서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미명 하에 조선 민족을 일본인과 동화(同化)시켜려고 온갖 만행을 저지른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조선 민족의 치명적인 위기시대에 단재께서는 저서 「독사신론」에서 “정신이 없는 역사는 정신 없는 민족을 낳으며, 정신 없는 국가를 만들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아니하리오”라고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저서 「역사와 애국심의 관계」에서도 “역사를 떠나서 애국심을 구하면 이것은 눈을 감고 보려는 것이며, 다리를 버리고 달리는 것이라 어찌 될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국민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려 하거든 먼저 ‘완전한 역사’를 배워 줄 지어다”라고 해 역사교육의 절대적인 가치를 거론했다.

우리의 정통 역사학계에는 단재 신채호 선생님 외에도 백암 박은식 선생님과 위당 정인보 선생님과 같으신 거목들이 많이 계셔서 국혼(國魂)이 있는 우리 역사의 맥을 면면히 이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고교 역사교과서 파동을 보면서 다수의 국민들 모두가 심각한 우려의 눈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유관순(1902~1920년)열사에 대한 역사 기술을 통해 역사 왜곡 집필의 심각성이 드러났다고 할 것이다.

유관순은 누구인가? 17세 소녀의 몸으로 만세시위를 주도하고 모진 고문에 꼿꼿이 저항하며 숨진 유관순은 어느 독립투사보다 강렬한 애국애족의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의 잔 다르크(1412~1431년)인 유관순은 3·1운동의 상징이며 불꽃이다. 유관순은 유언에서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이라고 했다. 이 유언을 듣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지 아니한가? 과연 이런 모진 고문을 이겨낼 우리는 애국심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살며, 사랑하며, 함께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이런 분을 고교 역사교과서에서 의도적으로 ‘실종’된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은 기가 막힌 국민 기만행위이고, 역사학계의 수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에선 당연히 유관순을 안 가르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김일성 가족이 일으킨 3·1운동으로 역사 왜곡을 하다 보니 유관순은 없다는 것이다. 유관순의 실종이 북한과 일치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전국 고교의 31%에서 사용하고 있는 ‘미래엔’ 교과서에 3·1운동이 세 쪽이나 기술됐음에도 불구하고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수천 군중의 선두에 섰던 유관순 열사의 존재는 삭제돼 있다.

유관순을 삭제한 교과서는 미래엔, 천재교육, 금성, 두산동아출판사가 발행한 4종으로서 전체 보급률이 59%나 된다. 이 책들은 명백히 북한을 은근히 미화하고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왜곡 집필해 비판받아 온 책들이다. 여기에 유관순이 사라진 채 지금 이 시간 우리들의 자녀들이 역사를 배우고 있다.

이 책들에는 노동 탄압에 맞서 분신자살한 전태일에 대해선 자세히 지면을 할애했다. 유관순보다 전태일이 더 역사적이고, 더 위대하다는 뜻인가?

지난 8월 27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國定化)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역사교육은 다른 교육과 달라서 국민의 정신을 건강하게 가르치는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이 일부 좌편향으로 오염된 반국가적이며,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인 부류의 학자들에게 점령을 당해 오늘 문제가 된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술뿐만 아니라 수많은 결함 투성이의 역사교과서를 배우게 한다는 것은 국가 차원의 재심의가 필요하다.

교육부 당국은 이러한 기회에 전면적인 역사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재진단하고 정통 역사를 중심으로 한 국정교과서를 재집필해야 한다. 역사교육계를 손에 쥔 세력들이 자기 입맛대로 우리 아이들을 세뇌화시킨다면 국가의 미래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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