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시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송인 클라라를 떠올릴 것이다. 지난해 5월 두산베어스의 유니폼에 허리, 엉덩이, 허벅지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줄무늬 레깅스 쫄바지.

클라라는 이날 시구 패션으로 역대 최강의 비주얼로 평가받으며 곧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체조선수였던 신수지는 한술 더 떠 유연성을 자랑하는 360도 풍차 시구로 해외 언론의 극찬까지 받았다. 태권소녀 태미의 역동적인 피칭까지. 주로 시선을 사로잡는 데 치중했다.

이처럼 시구자들은 팬들의 사랑과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관중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시구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롯데와 삼성의 주중 2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이변이 생겼다.

이날 시구자는 아주 평범한 분으로 이곳 구장의 미화원으로 근무하고 계신 김청자 씨. 김 씨가 시구자로 나서게 된 데는 감동적인 사연이 있다고 한다.

지난달 6일 NC와의 사직 홈경기가 있었던 날 아이가 바지에 변을 보자 당황한 어머니는 아기의 속옷을 버리고 바지만 빨아서 입히려 했다. 이를 목격한 김 씨가 “아이에게 속옷 없이 바지를 바로 입히면 좋지 않다”며 대변이 묻은 속옷을 직접 손으로 빨아 아기 엄마에게 줬다.

이 같은 김 씨의 가슴 따뜻한 행동이 팬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팬들의 요청에 의해서 이날 시구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김청자 씨의 모습에서 우리가 어린 시절 보던 옆집 아주머니처럼 느껴졌다. 지난날 자주 보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이렇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든 이처럼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배려는 분명 필요하다. 우리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 하루 배려의 손길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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