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2014년 가을호(통권84호)
발행인 지용택. 발행처 새얼문화재단. 408쪽.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는 ‘공공성’에 대한 의문과 그 의미를 짚어 본 「황해문화 가을호」가 지난 1일 출간됐다.

이번 호의 특집 <‘공공성’을 생각한다>에서는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의 권두언 ‘국가를 생각하며 공공성을 묻다’를 시작으로 전문가들이 바라본 ‘공공성’의 다채로운 모습들이 펼쳐진다.

먼저 첫 글 ‘공공성:개념, 역사, 쟁점’에서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가 검토와 비판을 거쳐 도달하는 공공성의 정의는 ‘공동체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구현하고자 하는 평등주의적 가치’다.

앞서 그는 “공공성이 근대 서구에서 시민권의 성장과 확장을 통해 확립됐고, 이때 공공성의 최대 수호자는 국가”라며 “그러나 그 후 신자유주의가 부상하고 공과 사의 구분이 부정되거나 소멸하면서 공공성이 쇠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성의 복원을 바라는 필자는 ‘국가와 시민단체들 사이의 기능적 배분’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공공서비스 공급에 시민단체가 대거 참여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어지는 ‘공공성의 재구성:성장은 공공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가’에서는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가 공공성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특수성과 역사성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국가는 집단 전체를 대변하는 중심이자 공(公)의 독점적 전유자다. 이런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의 유입과 그에 대한 반정립으로서의 공공성은 특유의 의미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실현해야 할 올바른 공공성은 사적 영역과 구별되는 공적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과 사를 매개하는 논리로서의 공공성이어야 하며,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평등하게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하승우 박사(땡땡책 협동조합 땡초)는 ‘공공성 실현의 전략:요구에서 힘싸움으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공공성 실현을 위해서는 민(民)이 국가-재벌 연합과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러려면 힘이 강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은폐하는 정보를 공개하고 결탁 관계를 폭로하며 이를 사회 의제로 만드는 일, 철도·전력·수도 등 공공재를 중심에 두고 시민들이 스스로를 조직해 참여하는 것, 그리고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집 외에도 이번 가을호에 실린 비평 꼭지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중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진보교육감 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다른 지자체장에 비해 교육감 선거에서 유독 진보진영이 강세를 보인 원인을 분석하며 진보교육감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또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는 ‘재난과 위험 속에서 침몰하는 책임-세월호 참사에 대하여’를 통해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안전규정을 무시하고 위법과 불법이 저지른 기업과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날선 비판을 가한다.

창작 작품으로는 조우성·이문재·신현수·김윤식 시인의 시와 이인휘·유채림 소설가의 소설, 박진영 작가의 포토에세이 ‘미야기 현에서 앨범을 줍다’가 함께 실렸다.

   
 

순간을 읊조리다
저자 칠십 명의 시인. 세계사 출판. 216쪽. 1만3천 원.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는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이고 시, 아름다움, 낭만, 그리고 사랑은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이다.(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중)’
시대를 대표하는 70명의 시인들이 읊조린 강렬한 한 줄의 시와 더불어 그림을 덧붙여 소개한 책 「순간을 읊조리다」. 김소월, 윤동주, 문정희, 최승자, 정호승, 허수경, 김행숙, 최영미, 박준, 이이체 등 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시인들의 작품 중 가장 특별한 한 문장을 담았다.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름답게 비틀려 있어 우리가 늘 접하는 일상도 조금 더 특별하게 새롭게 보여 주곤 한다. 이 책에서는 감각적인 그림 하나와 강렬한 문장 한 토막을 잘라내 삶의 순간순간을 ‘잠깐 멈추어’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더불어 시를 음미하는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저자 스티븐 핑커. 사이언스북스. 1천408쪽. 6만 원.

인지 과학자이자 진화 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폭력을 둘러싼 통념들’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 책. 시대와 지역, 인종, 문화, 문명을 넘나드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토대로 인간사회에서 발생한 폭력을 분석한 실증연구이자 전작인 마음 3부작을 통해 저자가 심층적으로 탐구해 온 인간 본성의 과학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그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오늘’, ‘날로 증가하는 폭력’이라는 관념에 의문을 품고, 전쟁·약탈·학대·강간·살인 등 갖가지 잔혹 행위를 기록한 사료들뿐 아니라 고고학·민족지학·인류학 등 방대한 자료들을 분석해 ‘폭력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여기서 저자는 100여 개의 그래프와 표를 통해 인류 역사에서 폭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음을 보여 주면서 결국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들이 악마들을 제압함으로써 보다 평화로운 시대가 나아왔다는 희망적인 보고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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