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2년여의 공사 끝에 개관하게 된 것입니다. 인천의 여러 무형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또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수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어졌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4개 단체와 시 지정 무형문화재 23개 단체가 입주해 있습니다. 이제는 문화의 시대라고 말들 하는데 잊혀져 가는 우리의 소중한 전통이 잘 계승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총연합회 이귀례 회장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천에 잘 계승돼야 할 무형문화재가 상당히 많은데 그동안 적당한 공간이 없어서 다른 지역의 전수관이나 혹은 문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지역의 상가 건물들을 전전하면서 쓸쓸히 때로는 피눈물 나게 우리의 것을 지켜오려고 노력했던 일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떠오릅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나마 이렇게 멋지게 교육관이 지어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지켜나가는 일에 더 매진하겠습니다.” 눈시울을 붉히며 절절하게 하신 말씀이 듣는 사람들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이 회장님 자신도 무형문화재 제11호 규방다례기능 보유자입니다.

우리 차의 우수성과 차 예절을 통한 바른 인성과 몸가짐 기르기를 국내외에 널리 전하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뵐 기회가 있었는데 ‘경청(敬聽)’의 능력이 탁월한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뵌 자리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제 칼럼을 잘 읽고 계신다면서 종종 스크랩도 하신다는 말씀과 함께 제게 이런저런 내용을 질문하셨습니다.

답변을 드리는 동안 유심히 살펴보니 형형한 눈빛으로 제 이야기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을 다해 듣고 계시더군요. 그동안 방송하면서 주로 질문자의 입장으로만 살아온 제가, 여러 가지로 느낀 점이 있는 의미있는 대화였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정말 중요합니다. 여러 번 강조한 것입니다만, 소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입니다.

그 이해와 배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질문을 던져놓고는 다른 생각에 빠져서 제대로 듣지 않는다든가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대충 건성으로 듣는다든가 한다면 제대로 된 대화는 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다시는 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낙인(烙印)찍힐지도 모를 일입니다.

소통에 있어서 메시지 자체를 뜻하는 ‘언어적 요소’보다 몸짓, 표정, 목소리, 태도, 눈빛 등의 환경적 요인을 뜻하는 ‘비언어적 요소’가 전달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이 두 배 이상 더 큽니다.

기왕에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셔야 한다면 상대방이 더 신 나서 말할 수 있도록 경청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인간관계를 풍성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진정한 소통(疏通)으로 가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한가위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척, 친지들과 밀린 대화를 많이들 나누시게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명절에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더욱더 경청하시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인간관계를 더 돈독(敦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 크고 둥근 보름달처럼 사랑과 행복 가득한, 즐거운 한가위 쇠십시오.

오늘의 과제입니다. 이번 추석에 특별히 누구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고 싶은지, 그리고 효율적인 ‘듣기’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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