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아, 저기 배수로에 갇힌 게 두꺼비 아니니?”, “맞네 태은이 형, 그런데 잘못하면 죽겠네. 어떡하지!”
부산 동래초등학교 4·5학년생 두 어린이의 대화다.

 이는 두 어린이가 올 봄에 울산지역 한 계곡에 자연생태 체험을 나가 배수로에 갇혀 죽어 가는 개구리와 두꺼비 등 양서류를 발견하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면서 나눈 이야기다.

아주 가벼운 단초가 이들에게 “산악지역에 얼마나 많은 양서류들이 이런 산악배수로 때문에 죽어 가는지 우리 한번 실태조사를 해 볼까?”, “또 산악배수로가 양서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태환경을 살펴보자”는 탐구력을 발휘했단다.

어린이들의 작은 호기심이 결국 실태조사에 이어 해결책까지 내놓으며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욱이 ‘산악지역 생태배수로 모델’까지 개발해 냈으니 말이다.

생태배수로를 만들면 양서류의 서식지 사이의 단절을 막아주고 산란 때는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통로를 만들 수 있다는 나름의 뛰어난 연구 결과를 이끌어 내며 두 아이는 3일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제60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학생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김태은·최필립 어린이는 자신들이 만든 생태배수로에 대해 “두꺼비가 콘크리트 배수로를 잘 기어 올라가지 못하고 죽는 모습을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며 “경주와 울산 등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며 “콘크리트보다는 모래·자갈 등 생태배수로가 양서류의 이동에 쉽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연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처음엔 개구리를 잡고 만지는 것이 징그럽기도 하고 좀 어려웠다”고 살짝 엄살(?)도 피웠다.

이번 전국과학전람회는 각 시·도 대회를 통과한 총 2천708점의 작품 중에서 학생부는 269점의 작품을 대상으로 선행기술조사, 예비심사를 실시했고 이들이 영예를 안은 것이다.

두 어린이의 작품이 오는 26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된다니 한번쯤 자녀들을 동반해 구경을 나가봄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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