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가 지나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은 음력 팔월 보름날에 치르는 중요한 명절로 신라시대의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를 두 편으로 나눠 한 달 동안 길쌈을 해 마지막 날인 8월 15일에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회소곡’을 부르며 놀았다고 한다.

이 길쌈놀이를 가배(嘉俳)라고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 ‘가배’는 오늘날 한가위의 ‘가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뜻은 가운데(中) 또는 반(半)이라는 의미라 한다.

그리고 이맘때면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봄에서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을 한다. 예로부터 가을 수확을 하면 즐겁고 마음이 풍족해 감사의 뜻으로 조상님께 먼저 햇곡식을 올리는 천신(薦新)을 했는데, 상례적으로 1년 중 가장 큰 만월 날인 추석날 천신을 했었다.

그래서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는 햅쌀로 만든 메, 떡, 술 등과 오색 햇과일로 마련하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전해지는 것도 추석 때 음식을 많이 차려 놓고 밤낮을 즐겁게 놀듯이 한평생을 지내고 싶다는 뜻에서 생겨난 것이다.

특히 올 추석은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인데다 대체휴일제까지 도입되면서 5일간의 긴 연휴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저마다 고향으로 돌아가 모처럼 만에 가족들과 만나 즐겁고 풍요로운 연휴를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내일이면 나도 아이들을 앞세우고 부모님을 찾아 뵐 계획이다. 하지만 부모님도 뵙고, 가족들도 만나고, 고향을 찾아 친지도 만나 선물을 나누며 기뻐야 할 추석 명절인데 마음이 불편하다.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집은 대가족을 맞아야 하는 종갓집이다 보니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명절이면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고 바지런하고 힘들어도 불만 한 번 내색하지 않는 나의 아내인 맏며느리를 먼저 찾는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 여름휴가 때는 어머니가 나의 눈치를 살피며 혼자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는다. 어머니 마음을 알기에 더 죄송하고 조상님 뵙는 것도 죄스럽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이번 추석에는 가족들과 송편을 빚던 아내가 더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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