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내년 1월 담뱃값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인상될까라는 궁금증보다는 ‘내가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지?’라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처음 접했던 담배는 국내 담배인 ‘디스(THIS)’로, 고등학교 졸업 후인 20살 때 처음 입에 댔다. 당시만 해도 상습(?) 흡연자는 아니었다. 평상시에는 가지고 다니지도 않다가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 취기가 돌고 나면 친구들의 유혹(?)에 넘어가 한두 대 피우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한 게 군 입대 후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첫사랑과의 뼈아픈 헤어짐을 잊기 위해 ‘군대’로 향했다.

훈련병 시절 조교들의 눈치를 보다가 휴식시간, ‘담배 일발 장전’ 후 피우는 ‘꽁초 담배’는 훈련의 고단함을 달래줬다. 이후 국방부에서 내무부로 빌려진 몸이 됐고, 서울의 한 경찰서로 자대 배치를 받은 후 행정병으로 지내면서는 스트레스를 달래려 피웠다.

경찰 직원들이 해야 할 일조차도 전경 대원에게 미뤄 받았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때 나왔던 보급 담배 또한 ‘디스’였다.

제대 후 지금까지도 ‘디스’를 피고 있다. 간혹 지인들에게 ‘너무 독한 걸 피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지만, 담배보다 더 독한 사회에서 ‘디스’는 한결같이 내 옆에 머물렀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흡연자들에게 담배는 번뇌를 연기로 날려 보낼 수 있는 작은 위안이다.

담배 예찬론을 펼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금연은 대세이자 사회적인 올바른 방향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디스’가 나를 디스(Dis)할 수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부끄러울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또 하나, 금연 혹은 비흡연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앞서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담배를 찾지 않아도 될 만한, 최소한 시름은 덜어 줄 수 있는 정책. 정부는 먼저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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