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있고 싶은데 퇴원하라니 살짝 서운하네요.”

윌스기념병원에서 만난 이순자(69·여)씨는 아이처럼 투정을 부렸다. 양쪽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해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3주간의 치료 과정이 지나 퇴원을 앞두고 있지만 시원섭섭한 표정이었다.

   
 

“수술과 치료가 잘 진행된 것은 만족스럽지만 퇴원 후 집에 가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텐데… 그 점이 좀 아쉽습니다.”

이 씨가 말한 ‘이런 서비스’란 윌스기념병원이 시행 중인 ‘포괄간호서비스’를 뜻한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국가시범사업으로 흔히 ‘보호자 없는 병원’ 시스템이다. 좀 더 정확히는 ‘간호사가 보호자 혹은 간병인을 대신하는 병원’이다.

이 씨는 남편과 딸이 한 집에 살지만 둘 다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윌스기념병원의 포괄간호서비스가 더없이 반가웠다. 가족구성원들의 생계 활동에 누(?)가 되지 않는다는 안도감과 입원 내내 딸과 같은 간호사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에 회복 속도도 더 빠른 듯 보였다.

이 씨의 주치의인 윌스기념병원 양성철 관절센터 원장은 “이 씨가 병원을 처음 찾아왔을 때는 무릎 주위가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며 “다른 환자보다 회복이 좀 늦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다른 환자와)비슷해서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씨가 입원 내내 마음에 들었던 건 전문인력의 무한 케어 시스템이었다. 의학 지식을 갖춘 간호사가 가족처럼 간병 역할을 자처하니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필요할 때 벨을 누르면 2~3초 안에 오는 것 같아요. 통증이 있을 때는 바로바로 약을 주거나 주사를 놔 주기도 하고,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 주는 게 참 고마웠습니다.”

윌스기념병원은 포괄간호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며 병동에 간호사들의 ‘서브스테이션’을 만들었다. 통상 병원 입원실을 가면 병동 중간에 간호사들이 머물러 있는 장소가 있지만, 윌스기념병원은 이 외에도 병실 사이사이에 간호사들의 공간을 만들어 환자가 원할 때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 환자들이 아침에 눈을 떠 밤에 눈을 붙이고 잠든 내내까지 새벽은 물론, 24시간 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기본이다.

이 병원 이정희 수간호사는 “각양각색의 성향을 지닌 환자들을 돌보려면 이만저만 힘든게 아니지만, 교육을 통해 간호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고 있다”며 “신입 간호사의 경우 2개월 정도, 경력 간호사는 1개월 가량 포괄간호서비스 경험이 있는 간호사와 짝을 맺어 자연스럽게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론적인 트레이닝을 위해 환자에 따른 간호사들의 행동 매뉴얼도 만들어 놨다.

   
 
현재 윌스기념병원은 두 개 병동 127개 병상을 포괄간호서비스로 운영 중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보호자가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 병상이 보호자 없는 병원인 셈이다. 이 서비스를 위해 간호전문인력은 한 병동당 5개 팀씩 총 10개 팀이 운영되며, 한 팀당 8~10명의 인력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병원 고유의 진료 서비스 외에 일상의 편의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병동 내에 미용실 샴푸 시설과 같은 곳을 만들어 아침에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 주기까지 한다. 이 씨는 이러한 서비스를 친딸처럼 베풀어 주는 간호사들이 고맙기만 하다.

“어쩔 때는 내가 다 미안할 때가 있어요. 일부 어떤 환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는데 그걸 주워다 달라고 간호사를 부를 때도 있고… 아무튼 그럼에도 웃는 얼굴로 다 해 주는 간호사들이 있으니 환자들 입장에서는 집보다 더 편안하죠.”

포괄간호서비스는 비단 환자의 편의뿐 아니라 의료의 질 또한 높였다.

양성철 원장은 “전문인력(간호사)이 24시간 환자 옆에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상태를 시시각각 보다 정확히 알 수 있어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밖에도 보호자나 외부인 등이 병동을 들락날락하면 환자들의 감염 위험이 크지만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환자 옆에 보호자 간이 침대가 있으면 의사 입장에서는 회진할 때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이 더뎌지지만 이런 부담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수간호사는 “포괄간호서비스는 환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더할 나위 없는 의료 서비스나 마찬가지”라며 “가끔 짓궂은 환자들이 있는데, 포괄간호서비스의 진정성을 느낀다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사당 환자 비율 낮아 질 좋은 서비스

   
 

윌스기념병원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포괄간호서비스 시범병원’ 13개 의료기관 가운데 척추전문병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 신청 자격을 상급종합병원 간호등급 2등급 이상, 종합병원 이하는 3등급 이상으로 정했다. 특히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간호등급 3등급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자격이 되는 병원은 대폭 줄어든다.

간호등급이 높다는 것은 간호사당 환자비율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1등급이 최고 등급이다.

윌스기념병원은 국내 간호사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간호등급 1∼2등급을 유지해 왔다. 2009년부터는 3개 병실을 지정해 자체적으로 ‘부분적인 보호자 없는 병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간호등급이 높을수록 수술환자의 사망자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스기념병원은 2009~2010년, 2012년 4분기에 간호등급 1등급을 받았다. 병원급에서 1등급을 받는 경우는 1% 내외로 국내에서는 10곳 정도다. 국내 병원급 의료기관의 87.9%가 6등급이거나 그 수준에도 못 미친다.

윌스기념병원은 2011년 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과 인증의료기관을 국내 최초로 동시 획득한 바 있다.

이번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은 오는 12월까지로 지정됐고, 내년부터는 수가시범사업(수가를 산정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자는 보호자 없는 병동 이용에 동의한 환자로,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으며 환자의 중증도를 구분짓지 않고 담당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판단해 결정한다. 소아 또는 장기 재활이 필요한 환자, 정신질환자 등은 제외될 수 있다. 보호자 및 방문객의 면회 및 내원은 가능하지만, 환자 안정을 위해 오후 9시 이후에는 면회가 제한될 수 있다.

윌스기념병원 박춘근 병원장은 “이 서비스는 무엇보다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지와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잘 운영해서 ‘보호자 없는 병원(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의 모범 사례로 타 병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인간병 경제 부담 해소 됐다’ 87.7%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7월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윌스기념병원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한 10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주요 연령대는 51~60세 이하가 32명(30.2%), 41~50세 이하가 24명(22.6%), 31~40세 이하가 21명(19.8%)이며 그 외 연령대가 29명(27.4%)이다.

그 결과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아도 되는 점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만족’과 ‘만족’이 각각 45명(42.5%), 48명(45.3%)으로 총 87.8%를 차지했다.

‘개인간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해소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만족’이 44명(41.5%), ‘만족’이 49명(46.2%)으로 총 87.7%를 나타냈고, ‘간호사에 의한 간호 제공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만족’이 53명(50.0%), ‘만족’이 44명(41.5%)으로 91.4%가 만족했다.

또 ‘병실 환경이 깨끗하고 조용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만족도’, ‘담당의사에 대한 만족도’, ‘담당간호사에 대한 만족도’, ‘담당 간호보조인력에 대한 만족도’도 모두 ‘매우 만족’과 ‘만족’을 합해 80~90%의 수준을 나타냈다.

‘다시 입원을 하게 되면 보호자 없는 병동을 이용하겠느냐’는 질문과 ‘주위 분들에게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의 응답이 87~88%를 차지해 보호자 없는 병동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보였다.

‘병원에서 간호인력(간호사 및 보조인력)의 제공에도 보호자 상주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80명(75.5%)이 ‘아니오’라고 답해 보호자 없는 병동의 시범운영이 성공적이라는 결론이다.

이 밖에 ‘입원진료비에 일정 가격이 추가돼도 이용하겠느냐’는 질문에는 50명(47.2%)이 ‘그렇다’, 17명(16.0%)은 ‘매우 그렇다’고 답해 63%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보호자 없는 병동을 선호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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