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이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개최된다. 45개국 1만3천여 명이 참가해 45억 아시아인의 화합과 단결을 과시하는 체전이다.

특히 북한이 참가함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남북한의 책임 있는 정부 차원의 대화모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 아직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북한은 14일 조선중앙통신의 남북고위급 접촉 북측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 대북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우리가 제안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응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런데 통일부 대변인의 논평을 보면 “(북한이)억지 주장을 자꾸 되풀이하지 말고 이제 우리의 대화 제의에 조속히 호응해 나오기를 바란다”는 대응에서 오히려 남북 대화의 분위기를 와해시키는 듯하고, “우리 정부는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의 비방·중상 중단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 외면의 공식 성명으로 우리 측 제안에 대해 북한이 내민 손을 뿌리치는 식의 설전(舌戰)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우선 가깝게 남북은 지난 2월 14일 열린 제1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①이산가족 상봉 진행 ②상호 이해·신뢰 증진을 위한 상대방 비방·중상 중단 ③상호 관심사 계속 협의와 남북관계 발전 노력 등 3개 항에 합의하는 성과를 이뤘다. 그런데 그 이후에 접촉 단절이 된 원인 중 하나가 중단되지 않는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북한의 반발에서 그 근인(近因)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제1차 접촉에서 ②항 ‘상호 이해·신뢰 증진을 위한 상대방 비방·중상 중단’에 합의를 해 준 사실(Fact)의 관점에서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북한이 반발할 만한 빌미의 여지가 있다.

물론 우리 군이 직접적인 대북심리전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입장에서는 민간단체의 합법적인 대북심리전 활동을 일방적으로 규제할 수가 없다는 법률적 한계가 있다.

대북전단 살포행위라는 통상적인 심리전을 북측이 우리 측의 1차 접촉 합의사항 불이행으로 꼬투리를 잡으면서 남북 대화 분위기가 훼손된 것이 사실이지만, 1천만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야하는 국가적 책무를 다한다는 차원에서 적절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에 최소한의 대의명분(大義名分)을 넘겨주면서 우리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리를 챙기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욱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것으로 요결할 수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란 핵 포기 같은 큰 문제는 뒤로 미루고 남북한 간 자그마한 것부터 차차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프로세스)을 거치면서 그에 상응하는 경제 지원을 조금씩 확대해 마침내 완전한 신뢰가 쌓이면 핵 포기 등 큰 문제와 대대적인 협력과 지원을 거쳐 평화통일을 이룬다는 정책이다.

물론 남북대화의 원만한 분위기 조성의 전제조건에는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이행인 북한의 ‘핵개발 포기’라는 아킬레스건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현실적으로 협력 가능한 사업을 통해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그 바탕에서 추가적인 협력과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인 접근 방안이다. 필요하다면 사안별 분리 대응하는 방안으로 큰 틀의 대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북한을 바르게 읽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의 대북 대화 전략은 지난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선언한 ‘대북 3대 제안’에 대한 실행으로 추진 방향을 잡고 있다.

 먼저 우리 측이 아시안게임 기간 중 대북전단 살포의 중단과 비난의 중지 문제를 의제로 하는 대화를 수정 제의하고, 북한의 호응을 유도해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고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나가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인천아시안게임이라는 스포츠 축제 분위기에서 남북의 대화 분위기도 조성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특히 아시안게임 기간 중 북한 선수에 대해 적대적 감정보다 따뜻한 동포애를 보여 주는 기회로, 북한 주민에게 대북전단보다 강력한 심리전을 하는 자신감을 보여 줘야 한다.

정부는 약간의 양보와 타협안을 제시해 북한에 적당한 명분을 주고, 우리 측은 긴장 완화와 경제적 실리, 신뢰를 챙기는 남북 대화 역량을 발휘할 때다.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중 반드시 남북 대화를 성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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