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미(米)자는 여든여덟 번(八十八)의 농부의 손을 거쳐야 비로소 쌀을 수확할 수 있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글자라는 말도 있다. 이렇게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국방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군 특전사 이전 부지와 연결되는 도로가 주변 농경지를 에워싼 장벽처럼 건설되고 있어 주변 농경지가 황폐화 될 수밖에 없다며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천시 마장면 일대로 이전하는 군 특전사령부와 연결되는 도로는 길이 2.3㎞, 폭 20m로 주변 농경지보다 19m 높게 건설되도록 이천시가 최근 허가를 내줘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한다.

이렇게 토성공법으로 설계된 도로가 건설될 경우 주변 농경지는 황폐화돼 농지로서 가치가 없어진다고 주장하며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천시와 도로공사, 국민권익위원회 의견을 받아 설계까지 마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시공사 LH의 주장으로 미루어 보아 가장 중요한 농지 주인인 주민들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헌법은 제23조에서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군부대가 주둔한다면 군사도로도 없어서는 안 될 도로다. 그렇다고 소중한 농경지를 못 쓰게 만들어 가며 도로를 건설하는 것도 바람직한 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재산권은 보호돼야 한다. 그러잖아도 이번에 문제가 된 이천시 외에도 김포·여주 등 나라의 곡창지대 지역의 논밭이 아파트 건설 등 각종 건축물 신축으로 잠식돼 가고 있다.

세계는 지금 식량전쟁 중이다. 각국이 식량을 무기화한다면 농지를 훼손한 우리로서는 속수무책이 된다. 언젠가 고갈될 식량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먹고 살고 후대들이 먹고 살 양식을 위해서 농지만큼은 지켜야 하겠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겠으나 가능한 더 이상 농지만은 안 된다.

농지가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제 구실을 못하게 된다면 당연히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보다 신중히 상생의 길을 모색해 현답을 도출해 낼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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