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쌀 관세율을 513%로 결정했다고 한다. WTO 회원국들의 검증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내년부터 자유롭게 수입되는 외국 쌀에 대해선 513%의 관세율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국내 쌀보다 가격이 높아 시장에서 수입하는 쌀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513% 관세율이 일본 1천66%, 타이완 563%에 비교해도 가장 낮다며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된 배경을 일본과 타이완은 국내 가격을 상품기준으로 했지만 우리는 평균 가격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라 했다고 폄하했다.

또 가장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5년 가까운 지루한 협상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 일본·타이완과 견줘 봐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현존하는 위협인 TPP 협상에서 쌀을 제외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나서서 강력하게 발표해야 함에도 장관들의 약속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농업예산에 대해서도 정부 총지출은 5.7% 인상됐지만 농업예산은 3% 인상으로 분야별 꼴찌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큰 선심을 쓴 것인 양 왜곡하고 있다며 깊은 성찰과 대책이 없다 보니 직불금이나 쥐꼬리만큼 올려주면 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에 머물러 있다고 비난했다.

더구나 이번 발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들이 운영한 쌀발전협의회의 약속을 먼저 위반한 것이며, 야당과 일체 협의 없이 강행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표 내용을 검토하고 확정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또다시 국회와 농민들에게 통보 수준으로 처리하고 쌀 개방을 강행한다면 국민들의 끊임없는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2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지만 그 대가로 일정 물량의 외국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만 했다.

이번에 쌀 관세화를 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쌀 의무수입 물량을 더 늘려야만 한다.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량을 지금보다 더 늘리게 되면 이는 국내 쌀산업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또한 관세화를 더 미룰 경우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에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들은 자국의 관심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또는 검역조건 완화 등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막대한 국가적 비용을 지불했다. 이제 쌀 관세화는 국내외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부는 쌀 관세화 결정사항을 계획대로 진행하되, 우리 농민들과 농업 기반에 예상되는 피해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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