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대통령의 발언은 수긍이 되면서도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기소권 부여에 대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 하고,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의 의혹 제기에 대해선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할 때 맞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서운한 생각이 드는 게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 상태가 아닐까.

 물론 모든 탓을 대통령에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답변은 주무장관이나 대변인 수준에서 이뤄지는 게 적절했다.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 잠복해 있거나 분출되는 갈등과 적개심은 흡사 활화산과 같은 상태다.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한 노력은 안 보이고 당권 투쟁에만 올인하는 제1야당, 이제는 세월호 외에 정치 문제도 개입하고 음주 상태에서 시민까지 폭행하는 유족대표, 그들의 천막 맞은편에서 자행되는 혐오스러운 폭식 이벤트, 급기야 학생들까지 정치적 투쟁의 볼모로 삼는 전교조의 계기수업 추진 등 모든 곳에서 그 어떤 포용력도 찾아볼 수가 없다. 세월호 특별법 우산 아래에서 한마디로 다이내믹 코리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제도의 실패로 인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며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임계치에 도달해 터져 버린 국가적 재앙이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내며 우리 자신의 치부와 한계를 여실히 보여 준 참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사회의 질적 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중요한 전환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의 포용력 부재와 지도자들의 부덕으로 인해 이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지수는 OECD 국가 중 4번째의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다.

 한 국가의 사회통합 수준이 낮으면 거래비용이 높아지는 반면 통합 수준이 높은 경우엔 효율적·생산적 정책 입안이 가능해진다.

결국 제도의 성공 여부는 사회의 통합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 대표에게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제안한다.

어깨에 힘 쭉 빼고 시선은 온화하게, 그리고 갈등과 적대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해 보자. 이번만큼은 양보해 주는 쪽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다함께 대화에 나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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