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를 놓고 관세율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513%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관세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쌀 관세화로부터 우리 쌀산업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높은 관세를 산정해 WTO에 통보하더라도 검증 및 협상 과정에서 상대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대로 높은 관세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고민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무엇보다 513%의 관세율은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의 쌀 수입국가 가운데 중국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WTO 회원국들은 중국보다 낮은 일본을 기준으로 400%대의 관세율을 적용해 513%에서 낮추려고 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다른 요구를 하며 더 낮추려고 할 것이다.

각각의 회원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제시된 다양한 관세율을 모니터링하면서 가장 낮게 주장됐던 300% 정도를 심도 있게 따져보고 이를 관철하려고 할 수도 있다.

협상에 있어서 지나치게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농식품 분야에서 양보하고 다른 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정부의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높은 관세율을 통보한다 하더라도 농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정부의 대책 역시 쌀 관세화 후 우리 쌀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인지 의심이다. 정부에서는 쌀 관세율을 발표하면서 관세화 대책으로 고정직불금을 9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인상하고, 농기계 구입자금 금리를 3%에서 2.5%로 인하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대책은 쌀 관세화와 무관하게 국회 농해수위에서 끈질기게 주장했던 대책이며 새로운 것도 아니다.

더 나아가 쌀 관세화의 중요한 대책이라 할 수 있는 예산이 내년 정부안에는 오히려 620억 원이나 감액돼 반영됐다고 한다.

 논 이모작 직불금이라 할 수 있는 밭농업 직불제 예산은 올해 906억 원이 책정됐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603억 원으로 올해보다 303억 원이나 감액됐다.

농지규모화를 촉진하기 위한 농지매매사업 예산 역시 올해 886억 원에서 내년 정부안에서는 754억 원으로 132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농업정책자금 이차보전 예산은 올해 1천346억 원이었으나 내년 정부안에는 1천161억 원만 반영해 185억 원이나 삭감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구속력이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정부에서 올해 예산보다 감액한 사업은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반드시 회복하거나 증액 문제를 신중히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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