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휴대전화 보조금 근절을 위해 내달 1일 시행 예정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서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제외됐다고 한다.

보조금 분리공시제의 경우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휴대전화 보조금을 분리 공시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말기유통법의 핵심 요소다.

업계에서는 분리공시제가 빠질 경우 또 다른 소모적 경쟁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법 시행을 통해 고가의 단말기 가격 현실화를 기대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개혁위원회에 바로 재심사를 요청하고 다시 한 번 분리공시제를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분리공시제가 제외되면서 정확히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 수 없게 돼 휴대전화를 이통사에서 구입하지 않거나 기존 휴대전화를 그대로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요금 할인 폭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제조사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위해 특정 휴대전화나 특정 이통사에 밀어주기식 보조금을 비밀리에 지급할 수 있어 이통시장은 단통법 시행 이전과 마찬가지로 혼탁을 막기 어렵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이통사들은 분리공시제 도입을 찬성했으나 일부 휴대전화 제조사는 영업기밀 노출을 우려해 반대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미래부와 방통위는 법 취지상 분리공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영업비밀 공개로 제조사들의 영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분리공시제 도입에 반대했다. 결국 미래부와 방통위가 기재부에 밀린 꼴이 됐다.

현재 우리는 세계 최고·최악의 통신비 고통과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가계소비지출 중 통신비 비중이 7%를 넘어서 통신비의 가계 부담 수준이 OECD국가 평균보다 2~3배에 달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동통신 3사는 담합과 폭리를 통해 불합리한 기본요금제에 고액·장기 정액요금제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고, 단말기 가격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이통사와 제조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도 큰 문제가 있다.

단말기 분리공시가 무산된다면 지금의 보조금 제도와 별반 달라질 것도 없게 된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불리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국민을 위한 단통법이 국민을 더욱 고통스럽고 불리하게 만들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단통법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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