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가을이다. 특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란 흔한 말처럼 내 몸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가뜩이나 평소 생각이 많아 우중충한 얼굴은 요즘 들어 아예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왜 가을을 타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의학 분야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던 시절, 취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이를 ‘계절성 정동장애(情動障碍)’라 한다. 이 의학적 진단용어는 가을만을 국한하지는 않는다. 개인차에 의해 사계절 변화에 따라 어느 계절에서든 나타날 수 있으며 ‘계절성 우울증’이라고도 일컫는다.

수많은 정신과적 증상 혹은 질환이 마찬가지이지만, 계절성 우울증 또한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는 않다. 일반인 가운데 15% 정도는 가을을 맞이하며 평소보다 기분이 다소 울적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가을에 이러한 변화를 많이 겪는 이유는 일조량 감소라는 계절적 특성과 연관이 있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량도 적어지고, 이렇게 되면 낮과 밤의 길이를 감지하는 데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남자와 여자 모두 같은 변화를 겪는데 유독 남자가 가을을 타는 이유는 이 호르몬의 ‘민감성’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하지만 이 또한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바는 아니다).

우울감이나 피로, 의욕상실, 무기력감 등은 일반 우울증과 같지만 일반 우울증이 식욕을 잃고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계절성 우울증은 식사량이 늘고 하루 종일 누워 지낼 정도로 잠이 많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하루 30분 정도 햇볕을 쬐며 걷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또 집 안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2~3주 계속돼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약물치료 등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2014년이 3개월 가량 남았다. 가을이 주는 우울감에 시달려 헛되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점으로 삼는 것도 좋을 듯싶다. 올해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내년 계획은 어떻게 세울지 미리 고민하는 것도 가을을 멋지게 나는 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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