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과거가 있기에 현재를 살고 현재의 에너지가 미래를 꿈꾸게 하는, 그런 삶의 흐름이요. 관객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따스한 감성의 도예작품을 선보여 온 이정근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Remember By’가 오는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미추홀 전시실에 마련된다.

그간 자연의 일부가 되는 오브제들을 차용해 일상 생활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 온 작가는 ‘회상’이 주제인 이번 개인전을 위해 옛 기억과 함께 다듬어진 20여 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작가의 말마따나 순간 반짝이는 볕 한 줄기, 코끝을 스치는 찰나의 바람에 떠올려지는 지나간 추억들을 녹여 낸 작품들이다.

그 중에서도 맷돌을 형상화한 수 개의 작품들은 맷돌의 모양새가 지니고 있는 과거(아래짝)·현재(위짝)·미래어처구니)의 의미를 담아내 이목을 끈다.

이 작가는 “2008년 처음 선보인 맷돌 형상은 내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삶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선보이는 맷돌은 지나간 작업의 중요 오브제였던 ‘자음과 모음’, ‘꽃’ 등을 얹어 미래의 희망을 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반적으로 흑유와 백유로 마무리된 작품들은 화려한 색채에서 느낄 수 없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전한다. 작품 완성의 과정을 ‘온전한 비움’이라 표현한 작가의 설명에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광경이다.

작가는 “20년 전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시작한 도예는 그 자체가 도를 닦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흙 성형을 시작으로 건조·초벌·유약·재벌 등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면 자연히 ‘비움’과 ‘내려놓음’을 깨닫게 되는 미술 분야”라고 도예의 매력을 강조했다.

여기에 그는 “비워지면 채우는 과정을 얹고, 채워지면 다시 비우는 과정을 지속하며 오랜 기간 작품활동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욕심내지 않고 나를 들여다보고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바람을 함께 전했다.

이정근 작가는 수십 차례에 걸쳐 중국·일본·브라질·이탈리아 등지에서의 초대전·교류전에 참여해 왔으며, 현재 상지대 생활조형디자인학과 출강과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이정근 도예방’을 운영 중이다.
오프닝 3일 오후 5시. 문의:☎010-2256-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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