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인성 사회부

 “잘 굴러간다.”

분명 덜컹이고 삐걱대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문제없다”이다. 이제 남은 기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으니, 조금은 위태로워 보여도 완주하는 데 지장은 없다는 식이다.

준비 기간과 예산 부족으로 급조된 아시안게임 17호기 인천호는 상처 투성이다. 개막부터 단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대회 기간 타올라야 할 성화가 꺼지는 대형 사고를 시작으로 도시락 식중독균 발견 등 의전·수송·보안에서 어느 것 하나 온전치 못 하다. 경기장 시설은 물론이고 입장권 문제 등 매끄럽지 못한 대회 운영, 자원봉사자 자질론도 봇물처럼 터졌다.

국내외 소식통은 연일 이 같은 내용을 타전했고 부실 운영의 책임을 물었다. 그런데 유독 인천호를 운영하는 대회 조직위는 “잘 굴러간다. 문제없다”로 일관한다.

심지어 인천호가 역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자화자찬이다. 인천호에 탑승한 승객은 불안하기만 한데 그들만은 여유롭다. 일부 몰지각한 언론이 악의를 품고 인천호의 결함을 들춰내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소리친다.

이 같은 대회 조직위의 발상은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매일 진행되는 미디어 기자회견에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기자회견은 언론이 지적한 내용에 대한 해명부터 시작한다. 보도 내용 일부가 부풀려졌거나 사실과 다르니 참고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잘 굴러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게 미디어와 소통을 위해 마련된 자리는 기능을 잃었다.

하긴 대회 조직위 내부에서조차 소통이 단절된다니, 어찌 45개국 미디어를 상대할 수 있으랴.

대회 조직위 관계자의 말이다. “윗 대가리가 문제다. 실무진이 문제점을 보고해도 윗선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그들은 알려고도, 알고 싶지도 않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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