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구지역 노사정이 기업 유치를 위해 분규를 일으키지 않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경영계는 투자 활성화와 고용 증진 및 복지 향상을, 정부와 대구시는 행정·정책적 지원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섬유업종의 쇠락과 함께 20년째 지역내총생산(GRDP) 최하위를 기록해 온 대구가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해 다함께 팔을 걷어붙이며 기업 유치에 나선 것이다.

이 바람직한 협상 테이블에 민노총의 참여 소식을 듣지 못해 아쉽지만 성공적인 대구 경제의 순항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지난 7월 마르틴 폭스바겐 회장은 저렴한 멕시코 대신 미국 테네시 공장에 SUV공장을 짓겠다는 결정을 했다. 이 공장은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설립을 오히려 근로자들이 반대해 무산시킨 곳으로 유명하다.

테네시 공장 근로자들은 GM과 크라이슬러가 무너지고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할 때 근로자들이 하루아침에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목격했기에, 앞장서서 강성노조의 진입을 막아냈다고 한다.

한편 폭스바겐은 이 공장에 2016년까지 9억 달러 투자를, 주정부는 직원훈련소 건설을 위해 1억8천만 달러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 한다. 근로자의 현명한 선택이 지역을 살린 것이다.

세계화로 지역별 비교우위가 확연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의 선택 폭이 넓어졌음을 유의해야 한다. 호전적 강성노조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임금을 올리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 승리는 한국의 근로자 일자리가 영구적으로 해외에 유출되는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임금 협상에서 노조가 이길 때마다 기업은 중국·인도·베트남 등으로 아웃소싱을 가속화시켜 나갈 것이다. 정부가 시중에 풀리기를 원하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역시 국내가 아닌 해외 공장 증설이나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쓰일 확률이 더 높다.

낙관적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부동산 활성화, 금리 인하, 재정 지출 확대와 같은 손쉬운 정책들로 살아날 수 있다면 아마 벌써 좋아졌을 것이다. 매 정권마다 사용해 왔던 정책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경제 활력도 회복되는 것인데 이는 바로 상호 간 양보, 희생을 바탕으로 한 노사정 타협이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겠다. 대구와 함께 지역내총생산 부분에서 만년 하위권을 유지해 온 인천이 이번 협상을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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